회사 때려 칠까 보다

"정말 불만이야"

반쯤 남은 소주를 한 잔 털어 마신 뒤 그가 말을 이었습니다.

"회사가 말이야.
돈은 쥐꼬리 만큼 주지.
상사란 놈은
걸핏하면 화만 낸다구.
인사평가도 불공평 하고...
자기들 끼리 다 해먹어요.
그래서 말인데..
나 형네 회사 가면 안될까?"

그가 내게 이런 불만을 얘기한건 처음이 아닙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제로백 5초 짜리 성능 좋은 스포츠 카.
인텔듀어코어2 최신 사양의 컴퓨터 한대.
성능은 쓸만한데 딱히 쓸일없는 믹서기
테이프를 씹어대는 낡은 비디오플레이어
몸에 유해하다고 보도된 구형 정수기...
음..또 뭐가 있을까.
아무튼 좋아 일단 여기까지.
니 재산이 이렇게 다섯개 밖에 없다고 치자.
넌 그 중에
어떤 물건에
애정과 돈과 시간을 쏟아 관리할 것 같냐"

"당연히 스포츠 카지."

"좋아 그런데 만일 그 기계들이
희로애락, 서운함을 느끼는 생명체라고 치자
누가 너한테 제일 앙심을 품고 불만이 있겠냐"

"…."

"니가 바로 정수기야."

"형 무슨 말 하는지 알겠지만
이건 나 혼자만 느끼는게 아니야
내 옆사람도…또 ..그 옆사람도"
저는 잔을 덮고 일어났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맞장구 치는 니 주변은
믹서기하고 비디오 플레이어 투성이일 테니까"

헌트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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