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대학을 못 가는 이유

이십여 년 전 여름날. 영월 역전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한 초딩과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아이 왈.

- 아저씨, 코끼리가 왜 대학을 못 가는 줄 아세요?

아니 뭐 이런 뚱딴지같은 질문이 다 있나. 잠시나마 코끼리는 왜 대학을 못 갈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그 답을 찾을 요량으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봤지만 도통 모르겠더이다.

- 왜 못 가는데?

빙긋이 웃으며 그 꼬마가 하는 말.

- 고등학교를 못 나와서요. 그것도 몰라요.

아하. 그렇구나. 참 간단명료한 답인데 미처 깨닫지를 못했다. 이미 세상 물정에 닳아 버린 나는 그 짧은 순간이나마 해답을 찾으려고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순수하게 생각하는 꼬마 같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남아 있지 않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요즘도 그때 생각이 나서 코끼리만 보면 요놈은 대학을 갈 수 있는 놈일까 궁금해지며 시나브로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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