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회장은 아무나 되나?

2004년 4월 15일. 대한국민학교 제 17대 대의원을 뽑는 날이다. 그 전날. 나를 비롯해 놈상들 몇 명이서 술내기를 했다. 결과를 맞혀 꼴찌가 술을 사기로. 대의원을 뽑는 대한국민학교는 전교회장 탄핵이라는 교무회의 발표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었다. 탄핵의 후폭풍이 거세지만 대한국민학교 학생들 성향을 봐서는 뚜껑열린반이 과반수를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과반수를 차지하리라고 예측한 놈은 내가 유일했다.

A B 나무 C D E F 결과
딴나라반 100 150 110 110 100 110 100 121
뚜껑열린반 110 70 150 125 130 120 110 152
민주반 50 50 10 30 30 35 50 9
민노반 20 10 15 10 25 15 20 10
기타반 20 20 15 25 15 20 20 7
300 299

선거 다음 날. 소위 말하는 수구꼴통은 절대 아니지만 전교회장은 무조건 싫다며 딴나라반에 올인했던 B가 술을 샀다. 투표는 팽개치고 개심사 입구에 있는 백숙 집에 가서 닭다리를 같이 뜯었던 그 놈상이다.

지금 대한국민학교는 연말에 다음 전교회장을 뽑는다며 벌써 난리다. 선거를 이십여 년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나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가관이다.

뚜껑열린반은 말 그대로 뚜껑이 열려 옆반하고 합치느니 마느니 하며 책걸상을 옮기느라 시끄럽다. 우리반을 지켜야 한다는 학생들은 이미 기타반으로 자리를 옮긴 회장과 꿍짝을 맞추고 있다.

관전의 재미는 지금 딴나라반이 쥐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UCC보다 흥미롭다. 회장선거에 나갈 수 있는 유력한 후보 두 커플-놈상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서리-은 내가 잘 났니 네가 못났니 하며 껍씹는 소리를 하고 있다. 날마다 교탁위로 뛰쳐 올라가 조동아리로 완투 펀치를 날린다. 그 뒤로는 똘마니들이 우르르 서 있고. 그동안 같은 반 동급생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는다. 마치 예비고사만 통과하면 대학 수석입학은 떼논 당상 인줄 알고 치고받고 난리부르스다. 한심하다 못해 측은해 보인다.

이럴 때면 꼬박꼬박 냈던 연금회비를 돌려받고 전학 가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러지도 못한다. 아니면 외국인 학교에서 전교회장 해 봤던 놈을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전교회장 자리에 앉혀놓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이번 전교회장은 누가 될까? 지난번 결과처럼 전교회장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닐 게다. 선거 전날까지 대한국민학교에서는 개그 콘서트나 거침없는 하이킥이 계속될 성 싶다. 쭈~~~욱.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