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계가(計家)도 못하고 끝난다

계가

작금(昨今) 강호(江湖)는 화려한 무공으로 신출귀몰하며 흥미진진한 공방전을 펼치는 세 가지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정치 난장(政治亂張)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건 예사고 암기도 서슴없이 날리며 대권지존 유일종사(大權至尊 唯一宗師) 자리를 차지하려고 딴나라 무림도장의 후보검증 수련대회에 참가해 혈투를 벌이는 의남매가 관전의 재미를 주고 있다. 정치 난장판에서 강력한 쌍벽이었던 열린뚜껑파가 지존의 은퇴를 앞두고 잠시 사분오열되어 서로 적통임을 내세우며 암중모색(暗中摸索)인 가운데 딴나라파 의남매는 본선도 나가기 전 백척간두에 서서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절대무공을 내뿜으며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벌일 것이라는 건 그 바닥 생존비법이 된지 오래다.

화류계(花柳界)는 평소 사이비(似而非) 같은 춤과 노래로 아무 생각없이 딴따라 판을 달궜던 싸이(四異)라는 가객무사(歌客無思)가 병졸로 다시 군대에 가니 마니 하며 병조 직속기관인 병무도감을 향해 감히 전가게시 묵필신공(電家揭示 墨筆新攻)이라는 최신예기(最新銳氣)를 날리더니 급기야 행정소송이라는 시간지연술(時間遲延術)을 펼치고 있다. 시간지연술은 정도가 아닌 사술(邪術)이어서 절대 안쓴다며 병무도감을 안심시키고 순식간에 말을 뒤집는 현란한 반전(反轉)의 절정을 보여 주고 있다.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단한 허허실실 무공이다.

한편, 점잖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묵객 거리(墨客距離)는 십여 년을 암중비약하던 신정아(新靜雅)라는 처녀 고수가 공력은커녕 출신 도장과 계보가 허위로 밝혀지며 심한 내상을 입고 후일을 기약하며 바다 건너에 있다는 미국(米國)으로 잠행비행(潛行飛行) 경공술(輕功術)로 피하자마자 후환을 두려워하는 무리가 스스로 자신의 수학능력을 공개하고 있어 그야말로 아수라장(阿修羅場)이다.

저들이 쓰는 공법의 공통점은 위계신공(僞計新攻)이라 하는 무시무시한 절대비책(絶對秘策)이다. 위계신공은 연마하기도 간단할뿐더러 한 번 시연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펼치기 시작하면 주위의 모든 눈과 귀를 무색무취로 현혹할 수 있고 급기야는 자신마저 위계신공에 사로잡히는 무서운 필살기다.

위계신공은 출발은 보잘 것 없으나 한 번 두 번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에는 공력을 사용한 고수마저 주화입마(走火入魔)의 지경에 이르게 한다. 그리하여 강호에서는 위계신공을 펼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내려오고 있다. 무림계를 모르는 평인(平人)들은 그들을 일컬어 대사기꾼(大詐欺君)이라 칭하고 위계신공을 흔히 거짓말이라고 편하게 부른다.

그동안 금지된 위계신공의 유혹을 이길 수 없어 화려한 사위(詐僞)를 펼치다 회복불능의 상태가 돼 강호를 떠난 초절정 고수들이 부지기수다. 신정아(新靜牙) 고수가 잠행한 미국(米國)엔 수지추문(水之醜聞, Watergate)으로 만신창이가 돼 쓸쓸히 백악관(白堊館)을 떠난 닉수거사(匿囚居士, Richard Milhous Nixon) 얘기는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근자에는 승준도령(Steve Seungjun Yoo)이 병졸로 군대에 꼬~옥 간다며 초보 위계신공을 쓰다 강호에서 영원히 추방되었고, 정지영 아줌마(亞主魔)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자신의 지공(指攻)으로 번역탈고(飜譯脫稿)했다며 위계신공을 몇 번 써보지도 못하다 힘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줄기세포 복제술 대가 황우석 박사(博士)는 조정(朝廷)은 물론 백전노장이 즐비한 학계에서 위계신공의 절정을 보여주다 신진 과학파(新進 科學派)들의 반격으로 시작돼 포도청 내사(內査)까지 받음으로써 황우거석(黃愚巨石)이 돼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 중 백미는 절대강자 회창지존(會昌至尊)의 삼풍일화(三風逸話)다. 이른바 병풍(兵風), 총풍(銃風), 세풍(稅風)으로 불리는 위계신공의 초절정 신풍(迅風)은 결국 회창지존의 육십갑자 내공(六十甲子 內空)을 다 소모시키며 주화입마에 빠져들게 하여 강호를 떠나 은둔하게 만들었다. 요즘 기운을 차렸는지 저잣거리에 가끔 나타나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를 않는다.

이에 너저분한 강호무림을 안주 삼아 노닥거리는 卒夫裸無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구려.

僞計新攻 必不計敗
詐欺行者 犬亡身終

자고로 거짓말은 계가(計家)도 해 보지 못하고 끝나고
사기친 놈은 결국 개망신 당한다는 걸 왜 모르는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