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도 못한 인간

지난 주말에 등산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지더니만 짐작대로 이틀 지나니까 콧물이 나오고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얼른 약국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 감기약 좀 주세요.
- 증상이 어떠세요?

약사는 에어컨 바람 좀 작작 쐬라는 눈으로 묻고는 이틀치 약을 줬다.

다행히 약을 먹고 하루 지나니 콧물이 멎기 시작하고 이틀분을 다 먹으니 정상으로 회복이 됐다. 이틀 동안 약만 먹으면 졸려서 봄볕에 쪼그리고 앉은 병아리 새끼처럼 시도 때도 없이 졸면서 보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는데 그만 감기에 걸렸다. 이틀이지만 개만도 못한 인간이 돼 버렸다. 듣는 개가 있으면 왜 꼭 비교를 해도 개와 비교하느냐고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개가 기준점이 돼 버렸다. 개똥철학도 있고 술 먹으면 개가 된다는 말도 있다. 개새끼는 그나마 나은 욕이다. 개만도 못한 놈에 비하면.

가만히 개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한 면이 참 많을 듯싶다. 개는 개답게 사는 것뿐인데 자꾸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인간들을 찍어다 붙이니 억울한 면이 참 많겠다. 그네들은 오히려 인간만도 못한 개라는 아주 심한 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잠시 개만도 못한 인간이 돼 봤지만 개들 눈에 자기들도 못한 인간으로 비치지 않는지 조심스러워진다. 사람 목숨을 볼모로 흥정을 하는 인간들, 군대를 두 번 가야 하는 인간들, 가짜 참기름을 유통한 인간들, 탈세한 인간들에게 고한다. 개들이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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