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프로이트는 일찌기 "나는 30년 동안이나 여성의 영혼에 관하여 연구를 했지만,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있다. 도대체 여자들은 뭘 원하는 것인가?" (59)

인간의 경우 여성들은 약 200만 개의 난모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물론 200만이란 숫자는 그 자체로는 엄청나지만 건강한 남자가 한 번 사정하는 정자 수의 몇백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200만 개를 모두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사춘기에 이를 때면 약 40만 개로 줄어든다. 줄잡아 80%를 솎아내는 셈이다. 이 40만 개를 다 쓰는 것도 아니다. 35년 동안 4주마다 난자 하나씩 성숙하여 배란이 되니까 평생 동안 455개 정도를 사용할 뿐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이 455개의 난자를 다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중의 몇 개를 자식으로 키워낼 따름이다. (68)

성을 대하는 암수의 태도는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수컷은 이를테면 갑싼 주식을 여러 개 구입한 다음 그 중에서 몇 개라도 운좋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전략을 사용한다. 수컷은 단 한 번 사정에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정자를 쏟아낸다. 단가가 낮은 배우자들을 다량 생산하여 양으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이다.

이에 비하면 암컷은 소수의 황금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개미 주주보다는 큰손의 발언권이 더 큰 것처럼 암수 사이에도 투자를 더 많이 하는 쪽이 선택권을 행사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투자할 곳을 신중하게 고를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하다. 다윈은 이같은 현상을 가리켜 암컷선택(female choice) 또는 성간선택(intersexual selection)이라 일컬었다. (103)

우리는 흔히 질투란 여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질투는 사실 수컷들의 속성이다. 암컷은 자식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자기 몸으로 직접 낳은 자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컷은 자기 자식이 진정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자식인지에 대해 의심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컷들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다른 수컷들로부터 암컷을 보호하는 온갖 방법들을 개발했다. (116)

프라빗은 입덧이 병리학적 현상이 아니라 산모로 하여금 음식을 가려 먹어 태아가 독소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진화한 적응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33)

유전자의 50%를 공유하는 부모 자식간에도 갈등이 있는데, 하물며 유전적으로 볼 때 전혀 남남인 부부간의 갈등은 오죽하겠는가? (228)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최재천/궁리 20030331 230쪽 9,500원

여성시대가 되어 남자가 편해지기 직전에 남자가 불편한 시기가 한 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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