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0년

오늘은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그날 한국 대표가 사인한 만년필이 어떤 명품이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지요.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라고......

일 년 후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했지요. 또 일 년 후 2차 구조조정이 있었지요. 떠나는 자는 떠나면서 말이 없었고 남는 자는 남는 자대로 고개를 숙였답니다. 회사의 주인은 바로 직원들이라며 주인정신을 가지라고 해 놓고 그 주인을 자르는 걸 보고는 그때 비로소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요.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서 일 하는 척하다가 시간이 점점 흐르며 BJR(배째라)이 돼 가는 내 모습을 봤답니다.

직장인을 위한 신기도문을 암송하며 보냈지요.

삶의 무게가 부자나 서민이나 비슷한지 가장 쓸데없는 고민도 했고요.

재계 최고 경영자들이 잇따라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뜨거나 투병중이라는 소식은 '모든 것을 가진'사람들이 왠지 자신의 건강은 빠뜨린 것 같아 착잡한 느낌을 준다. (...) 잇따른 급사와 와병은 무엇때문인가. 우선 한 그룹 회장이 지적한 대로 '마취도 하지 않고 갈비살을 드러내고 폐를 잘라내는 고통'이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권단과의 마찰, 대량 감원과 구조조정 후의 허탈감도 고위 경영자들을 쓰러뜨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들의 건강악화는 개인의 불행인 동시에 경기회복 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은 재계의 손실인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 주치의를 가까이 둔 최고경영자가 쓰러질 정도의 스트레스라면 지난 2년간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치러야 했을까. 삶에서 돈, 권력, 명예는 무언가를 희생한 대가이며 그래서 삶의 무게는 부자나 서민이나 비슷한 게 아닐까. - 대한매일(2000.01.11)

힘없고 빽 없는 국민들만 빼이 쳤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군요. 아무것도 한 일 없이 멍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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