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이란?

엊그제가 IMF 구제금융 신청을 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지난 10년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많고 탈도 많았던 때는 없었을 듯싶네요.

구조조정(restructuring)으로 평생직장이라는 말 대신 평생직업이라는 말이 생겼고 정년퇴직이라는 말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도 하곤 했지요.
어느 날, 열심히 일하는 당신에게 회사를 떠나라는 통지서가 날아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뭐 대충 세 부류로 나뉠 것입니다.

- 이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무슨 소리냐? (청춘보상형)
-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애걸복걸형)
- 그래. 더러워서 간다 가. 빡뀨. (감정폭발형)

당신은 어디에 속하시나요?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왜 떠나라고 했을까요?
샐러리맨이란 무엇일까요?

salaryman

샐러리맨이란 일정 기간 회사(조직)에 기여하다 떠나는 사람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기간의 조건(time)입니다. 평생을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지요. 자신이 원해서 떠날 수 있고 회사가 원해서 떠날 수도 있지요. 그 기간이 하루가 될지 십 년이 될지 아니면 정년퇴직하는 날이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영원히 있을 수는 없지요. 반대로 단 한순간도 근무하지 않으면서 그 회사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둘째는 기여의 조건(contribution)입니다. 기여라 함은 이익을 주는 행위지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구성체를 위해 기여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격리되거나 유배될 수밖에 없지요. 하물며 이윤추구가 절대적 명제인 회사에 기여하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사람의 조건(human)입니다.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없듯이 회사라는 조직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죠. 회사라는 법인은 그저 문서상에 존재하는 법률적 개념이지만 인적자원으로 구성되어 유기체가 되고 비로소 살아서 진화하지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중요해지고 결국 회사는 또 하나의 사회가 되지요.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샐러리맨에게는 아편과도 같은 월급이 나옵니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겠지요. 회사는 당신에게 떠나라는 통보를 하며 이런 답변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청춘보상형 - 그동안 준 월급은 뭐였니?
애걸복걸형 - 그동안 있을 때 뭐했니?
감정폭발형 -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떠나라는 통보를 받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이걸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습니다.

"샐러리맨이여! 당신이 먼저 사장을 해고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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