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1.
어제 콘서트 7080을 보다 최혜영의 '물 같은 사랑'을 들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먼발치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노래가 한참 인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캠퍼스 시절'이라는 노래를 더 좋아했지요.

이젠 고백을 할까요
그냥 모른 척할까요
숱한 이야기 나누며
캠퍼스 언덕을 거니는 두 사람
우리 애인이 될까요
그냥 친구가 될까요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아카시아 그늘 밑으로
꽃비가 내릴 때 꽃비가 내릴 때
쓸쓸한 우리의 두 마음
사랑이 필요한데
이젠 고백을 할까요
그냥 모른 척할까요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몇 해 전 최혜영 누님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더군요. 이십여 년 전 모습과는 다르게 세월의 살이 있더군요. 전 예전 그 모습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어제는 캠퍼스 시절 그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뻤습니다.

2.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 동창인 친구가 한 놈 있습니다.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같은 과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열심히 운동을 했고, 임수경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무슨 협의회 의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쟁이를 할 때도 그는 여전히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이 흐르고서 고향에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 친구는 말했습니다.
- 나 이제 운동 안 할란다. 힘들다.
저는 실망했습니다. 용기가 없어 고민만 하는 나를 대신해 너만은 끝까지 행동하는 소수로 남아있길 바랬습니다.

3.
캠퍼스 시절을 부르던 최혜영 누님을 보면서, 열심히 운동하던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마음 한구석에 영원히 변치 말라고 잡아 놓고 있었습니다. 정작 나 자신은 괴물이 돼가는 줄도 모르고요. 참 한심하고 철없는 꼬락서니입니다. 가끔 세면대 위 거울을 보면서 한마디 합니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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