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있는 사람이 그립다

지난 여름 강호(江湖)는 위계신공(僞計新攻)을 쓰는 세 명의 초절정 고수로 뜨거웠다.

처녀 고수 신정아(新靜雅)는 끗발 좋던 변승지와 연인 관계라고 시인했다. 저잣거리에서는 다 눈치채고 있던 터라 뭐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가객무사(歌客無思) 싸이(四異)는 시간지연술(時間遲延術)로 관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딴나라 후보검증 대회는 전 한성판윤(漢城判尹) 맹바기(盲搏利)가 우여곡절 끝에 대권후보 유일종사(大權候補 唯一宗師) 자리를 차지했다.

작금 사헌부는 정치난장(政治亂張)에서 떠들썩한 비비쾌이(悲非快異) 전주(錢主)가 누구인지 중간발표를 했다. 비비쾌이는 딴나라 대권후보와 관계된 일이라 발표 내용을 가지고 따따부따 말들이 많다.

딴나라는 사필귀정이라며 반기고 있다. 열린뚜껑파에서 이름을 수차례 바꾼 대똥합민주쉰땅파는 전면 투쟁을 선언하며 특별암기를 날릴 태세다. 이에 강호를 떠나 기세은둔(棄世隱遁)하다 느닷없이 나타난 회창지존(會昌至尊)도 가세했다.

강호는 대권지존(大權至尊) 자리를 놓고 줄서기와 혈전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비비쾌이 전주가 누구냐 하는 것은 향후 대권지존 자리의 향방을 가리는 뇌관이었다. 그 폭발력은 감히 상상할 수 없어 누구를 향해 터지는지 귀추가 주목됐다. 신뢰성에 금이 간 지 오래됐지만 사헌부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발표를 했으니 대권지존 자리는 변수가 없는 한 맹바기가 바짝 다가섰다.

이를 잘 아는 사헌부인지라 미리 줄대기를 한 것인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비자금 사건으로 뒤숭숭한 삼성거상(三成巨商)은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맹바기를 지존의 자리에 올리려고 암암리에 육성한 사헌부 내 떡값 관료들을 움직였고, 그렇지 않아도 맹바기의 떨어질 줄 모르는 민심 때문에 줄타기를 하던 사헌부는 슬그머니 맹바기 쪽으로 발을 내려놨다는 설이다. 물론 청와대(靑窩臺)에 앉아 말년에 공력을 다 소진한 무현노자(無現勞子)의 묵인도 한몫을 했다. 삼십여 년 전에 판내시부사(判內侍府事)가 지존을 해하는 세상이 된 뒤 청와대를 나와 평탄치 못한 길을 걸은 전임 지존들을 보며 평범한 촌로로 돌아갈 무현노자도 목숨을 연명하고자 일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사헌부를 그리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민심이었다. 저잣거리의 민심은 도덕과 인격이 있어 스스로 깨끗하다는 후보지존들과 경제를 살리겠다는 상품을 들고 나온 맹바기 중 하나를 선택하려는 백성들로 나뉘어 있다. 지금 대세는 인격보다 상품을 택하려고 한다. 무능한 선비보다 하자(瑕疵) 있는 상품이 낫다는 것이다. 떨어질 줄 모르는 맹바기의 인기는 어느 쪽으로 발표하던지 그 영향을 받지 않는데 굳이 스스로 제 목에 오랏줄을 걸 바보는 없으니 말이다.

뭐 그냥저냥 살아가는 하루살이꾼 나무(裸無)는 이바구로 노닥거리기만 한다.

人格商品 我不知也
百年不生 千年深愁
至尊地位 凡夫不登
至尊着席 如凡夫也
加飾有鼻 萬人必巨
廉恥識者 寤寐不忘

인격이고 상품이고 내는 모르것다
백 년도 못살면서 천 년을 걱정하느냐
지존자리는 아무나 오를 수 없지만
앉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이더라
피노키오 코가 있다면 누군들 커지지 않으리오
다만 염치를 아는 사람이 그립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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