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기다리며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이 맘 때는 슬쩍 못 이기는 척 가곤 했었지.
산타가 옆집 누나였다는 걸 안게 열 살 무렵이었지만 개의치 않았어.
뚱뚱한 할아버지가 과연 우리 집 굴뚝을 타고 내려올 수 있을까 걱정하며 잠들곤 했지.

개똥철학을 떠들며 막걸리를 사발로 마시던 시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
이제 염색을 하지 않으면 왜 이리 삭았느냐며 걱정하는 나이가 됐지만
그래도 마음 한 귀퉁이에는 산타가 오길 바라고 있지.

열 살 무렵처럼 머리맡에 종합선물세트를 몰래 놓고 가길 기대하지는 않지만
뭔가 그냥 막연히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야.

그것이 세월의 때를 비켜가려는 힘없는 저항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못해도 일 년에 한 번은 죄를 사하고 싶은 바람일지라도
혹은 그냥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우격다짐이라고 해도......

그래.
당신은 나의 산타였어.
나는 당신의 산타였니?
이렇게 너나들이 산타가 그립다.

해피 크리스마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