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비결

올해의 운세는 유월 염천에 한가히 높은 정자에 눕는 듯한 좋은 운세입니다. 또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밝은 천지처럼 근심거리가 사라지고 밝고 기쁜 일이 생길 운입니다. 동녘의 정원에는 때를 만나 꽃이 피듯 복락이 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생각지 않았던 일로 우연히 성공하게 되니 재물이 들어오고 이름을 사방에 떨치게 되어 몸과 마음이 기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이 이름을 날리게 되는 관록이 아니 생기면 구설도 있고 상복도 입을 수 있으니 운세가 뒤바뀌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금년의 운수는 대체로 일신이 편안하여 풍류와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따뜻한 봄 연못 물에 물고기가 활개 치듯 당신은 좋은 환경에서 즐기게 될 것입니다. 하는 일이 뜻과 같이 이루어지므로 천지가 명랑하고 의기가 양양할 것입니다. - 나무의 무자년 토정비결

토정비결은 보셨나요?

해가 바뀌면 올해 운세는 어떤가 하고 심심풀이 땅콩 삼아 보곤 하지요. 길운이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흉운이라 하면 조심하게 되면서 말이죠.

토정비결은 조선 중세 이지함이라는 양반이 만들었다지요. 일 년 열두 달 신수를 보는 책을 만들자 그 정확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그야말로 족집게였다네요.

소문이 나 널리 퍼지게 됐고 모든 백성은 정초에 토정비결을 보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토정비결을 보고 그 해 운이 좋다는 백성은 일을 하지 않아도 운이 좋을 것이니 생업에 전념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반대로 운이 나쁠 것이라는 백성은 뼈 빠지게 일해도 돌아올 운이 나쁘니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이래저래 백성들은 토정비결만 보고 놀고먹기 시작했답니다.

조정에서는 큰일이 났습니다. 백성들이 토정비결에 빠져 일 할 생각은 안 하고 모두 놀고먹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게지요. 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 팔도에 널려 있는 토정비결 책을 모두 거두어들여 불태워 버려라.

그리하여 조선 팔도에 있는 토정비결 필사본을 하나도 남김없이 거두어 한양 저잣거리에 쌓아 놓고 불을 질러 버렸답니다. 많은 백성들은 불타는 토정비결을 보며 아쉬워했지요.

책들이 다 타버릴 때쯤 누군가 절반쯤 탄 토정비결 하나를 슬쩍했답니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지요. 그렇게 해서 영원히 사라질뻔한 토정비결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는군요.

다만, 족집게 같은 토정비결이 절반쯤 타 없어졌기 때문에 요즘 토정비결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