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도와 몽돌

십여 년 전 회사에서 나오는 추석 선물 중 낚싯대를 골랐다. 선물이 다 고만고만해서 바다낚시라도 배워 볼 요량으로 덥석 선택을 했다. 그때까지도 별다른 취미가 없었고 눈앞이 바닷가인데도 서울 사람 남산 가는 횟수만큼도 가보질 않았다.

마침 옆자리에 부산 바닷가 출신으로 예닐곱 살 위인 동료분이 있어 월요일이면 주말에 낚시한 얘기를 종종하곤 했는데 그 영향이 컸는지 모른다. 삼대 거짓말이 노인네 일찍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거와 처녀 시집가기 싫다는 얘기, 낚시꾼이 낚시한 얘기라고 하는 데 놓친 물고기는 모두가 팔뚝만 하다고 썰을 풀곤 했다.

낚싯대도 장만했으니 주말이면 부지런히 그 양반을 따라다녔다. 회 뜨는 솜씨도 일가견이 있어 물고기를 잡자마자 회 떠서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그러던 차에 주말에 배를 타고 섬 낚시를 가게 된 곳이 가의도다. 가의도는 안면도 신진항에서 배로 한 시간 정도 가는데 그때 처음 배라는 걸 타보게 됐다.

가의도에 배를 대고 내렸는데 해변이 너무 예뻤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면서 물이 맑았다. 드레스 입은 그레이스 켈리가 아니라 봉숭아 물들인 옆집 순이 누이 같았다. 해변에는 동그스름한 돌들이 하나같이 앙증맞게 널려 있었다. 크기도 다양해서 타조 알만 한 것부터 메추리알만 한 것까지 다양했다.

아주 작은 섬이어서 언덕배기를 하나 넘으니 반대편 바닷가가 나타났다. 한나절 낚시를 했지만 초보 실력이라 그저 세월을 낚았지만 그 양반과 일행 덕분에 일품 회 맛은 볼 수 있었다.

오후에 뭍으로 나갈 시간이 돼서 다시 언덕을 넘어 처음 도착한 곳으로 돌아왔다. 배를 기다리며 아주 작은 해변을 거닐었는데 몽돌들이 너무 아기자기하게 보였다. 욕심이 나 몇 개를 주워 낚시 가방에 넣고 가의도를 나오게 됐다.

주워 온 몽돌은 책상 한구석에 놓고 두고두고 보다가 몇 해 전 이사를 하며 낚싯대와 함께 버렸다. 언제나 졸졸 따라다니면 낚시도 가르쳐주고 회도 떠주던 그 양반은 몹쓸 병 때문에 그 후 오래지 않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삿짐을 꾸릴 때 몇 년 동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낚싯대가 눈에 띄었고, 낚시를 함께 가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의미하게 보이던 차에 아예 정리해고를 해 버린 것이다.

그런 가의도가 기름유출로 만신창이가 됐다. 가의도 앞바다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 선박 사고지점이라고 한다. 바닷가 몽돌은 기름 범벅이 되었다. 작년 12월 7일 사고 발생 후 53일이 지난 엊그제서야 긴급 생계비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몽돌은 버리지 말고 챙겨둘 걸 하는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


덧. 동식물이나 자연석은 반출하면 안 됩니다. 쓰레기만 되가져 와야 합니다.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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