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을 100% 복원하는 방법

화마(火魔)가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삼 년이면 복원한다는군요. 오케이. 삼 년 안에 복원하면 99%는 원상회복이 된다고 칩시다. 반짝반짝 빛나는 단청이 곱다고 하실 건가요? 서까래는 대충 대패질해서 올리려고 하셨나요? 그러면 육백 년 전 그것이라고 할 수 있나요? 뒤틀림이나 방염처리는 어찌하시려고요? 설마 화공약품으로 대충 처리하고, 뒤틀리는 거야 알 바 없다는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지요. 그래 놓고 상량식 한다고 풍악을 울리겠네요.

시방 제일 처음 찾아볼 것은 옛날 기록 아닐까요. 남아있는 기록들을 찾아보세요. 기둥 하나 세우는데 뚝딱뚝딱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통나무 강도를 강하게 만들려고 삼 년을 바닷물에 담가야 하지 않나요? 뒤틀림을 방지하려고 그늘에서 일 년은 말리지 않나요? 부패되는 걸 막으려고 소금물에서 끓여야 하지 않나요? 그나마 쓸만한 소나무는 있나요?

숭례문을 100% 복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왕래가 없는 산기슭에 소나무를 심으세요. 도편수, 목수, 기와공 등등 전통을 잇는 장인들을 육성하세요. 그리고 천천히 공부하세요. 기왓장 하나하나를 육백 년 전 방법으로 굽는 시늉이라도 해야 그나마 면목이 서지 않을까요? 모래알 하나하나를 새로 복원한다는 심정으로 시작합시다.

서두르지 마세요. 스페인에 있는 사그라다 성당은 백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미완성이랍니다. 왜 그리 서두르시나요? 서두르면 최소한 육백 년을 보증할 수 있나요?

이런 제기랄 말년에 이런 일이 터졌네. 뭐야, 새 출발하는데 웬 태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제발 덮으려 하지 마세요. 어쩌면 놈현이나 2MB나 똑같네요. 얼른 지우고 싶겠지요. 잊어버리기를 바라겠지요. 죄송하지만 저는 잊을지 몰라도 육백 년 후 역사책에는 그대의 이름이 올라 있을 겁니다. 다행히 교과서에 언급이 안 됐을지 몰라도 개인 슈퍼컴이 입체 비주얼로 보여줄 겁니다.

국민 성금으로 다시 짓겠다고요. 미들핑거나 드세요. 그동안 삥 뜯은 성금이랑 금반지에 대한 가라 결산 내역서 한 장이라도 보여 주셨나요? 이제는 구닥다리 레퍼토리가 돼서 귀에 딱지만 앉았답니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고 궁민(窮民)들 돈이 꽁돈인 시대는 아니잖아요.

지금 그대로 숭례문 위에 투명한 반원구를 덮어 놓으세요. 육백 년 동안 한없이 부끄럽게 용서를 구하며 복원하는 게 도리인듯합니다. 흉측하게 무너져 내린 숭례문을 물려주며 두고두고 용서를 빕시다. 그러다 그러다 후손들이 숭례문을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할 때, 심어놓은 소나무가 아름드리가 됐을 때 그때 깨끗한 그들 손으로 다시 만들도록 합시다.

전과세대(前科世代)는 그저 고개 숙이고 소나무나 심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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