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조직개편 견적서와 Negotiation에 관하여

1. 지금은 네고 중

MB의 정부 조직개편이 협상과 결렬을 오락가락하며 막판 타협을 시도 중이다. 구매권을 행사하는 통합구매당(이하 "갑"이라 칭함)과 낙찰자로 선정된 MB(이하 "을"이라 칭함) 간에 치열한 Nego가 전개 중이다.

을은 향후 5년 동안의 계약 기간 중 1단계 사업인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견적서를 공사 수주를 하자마자 갑에게 제출한 상태이고, 갑은 견적서를 접수하자마자 퇴짜를 놓고 재견적을 요구하고 있다. 갑은 일부 항목이 누락된 것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고, 을은 1차 네고가 이하로는 더 이상의 추가 흥정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공사 개시일은 2008년 2월 25일로 일주일을 남겨 놓고 있다.

2. 을의 견적 전략 - 통일부 카드면 돼

을은 예상가격을 높게 잡고 견적서를 만들었다. 갑의 네고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통일부 폐지라는 눈에 띄는 항목을 만들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폐지라는 항목을 슬쩍 끼워 놓았다. 갑이 통일부 존속이라는 네고가를 고집하면 버티다 못 이기는 척하며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전략이었다.

경제부처와 교육, 과학부 통폐합은 처음부터 갑의 관심 밖이라는 것을 을은 알고 있었다. 그런 부처는 이리저리 합종연횡을 해 놔도 국민들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다. 견적서를 보는 갑이 따따부따하다 말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통일부 폐지라는 항목을 과대 계상(計上)함으로써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폐지와 통일부 존속이라는 카드를 맞바꾸며 네고를 끝내려고 했다.

3. 갑의 네고 전략 - 비자금을 만들자

갑은 시한부 구매권을 행사하는 마당에 견적서를 꼼꼼히 따져 볼 의욕이 없었다. 처음 제출받은 견적서를 대충 훑어보니 통일부 폐지라는 항목이 눈에 번쩍 뜨였다.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초점을 그리로 맞췄다. 추가로 인권위원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오렌지를 오륀지로 써야 한다는 발언으로 을의 견적 제출 자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등했다. 여기에 숭례문 복원을 국민 성금으로 하자는 자충수를 두자 갑은 네고 전략을 급수정하였다.

지금 분위기로는 전멸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절반의 표를 쥔 여성과 삼면이 바다인 점을 이용해 여성부와 해수부를 존속시키기로 하였다. 농촌진흥청은 모내기하는 계절에 써먹기로 했다. 사월에 있을 총선을 대비한 비자금이다. 애초 을이 제출한 견적서에 두말없이 오케이 할 입장이었지만 총선에 쓸 비자금을 마련해도 될만한 분위기라고 갑은 판단하고 있다.

4. 영원한 것은 없다

갑과 을은 동등해질 수 없다. 계약을 하기 전까지 갑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을은 계약서 도장을 다 찍고 돌아서서 찬찬히 계약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공사 개시일이 다가올수록 을이 점점 유리해진다.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공사일수록 내색은 안 하지만 힘의 균형은 을로 옮겨 간다. 을이 공사를 포기하지는 않는지, 사전 준비를 잘해 차질 없이 시작은 할 수 있는지를 갑은 신경 쓰기 시작한다.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뀌기 시작한다.

을은 공사 기간 5년인 도급계약을 턴키 방식(Turnkey Base)으로 작년 12월 19일에 마친 상태다. 일주일 후 현장을 개설하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더군다나 4월 9일 정기 인사이동 때 잘리게 될 갑인데 꿀리고 들어갈 을은 없다. 지금은 주도권이 을에게 넘어가 있다.

5.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삼일 안에 타협이 된다고 하더라도 갑과 을 모두가 만족하는 네고가는 아니다. 후속조치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 더군다나 합의가 돼도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가 예정돼 있다.

갑은 한 가닥 희망을 거는 MB 특검이 무위로 끝날 경우 이번 견적서를 총선까지 끌고 갈 비자금으로 쓸 것이다. 을은 지금 합의한 네고가로는 성이 차질 않아 4월 총선이 끝난 후 새로운 구매권자에게 재견적을 함으로써 네고없이 통과되는 것을 노릴 것이다.

6. 에필로그

영화 〈네고시에이터〉를 보면 최고 인질범 협상 전문가에서 모함으로 억울하게 인질범이 된 로맨(사무엘 잭슨 분)과 또 다른 협상가 크리스 사비안(케빈 스페이시 분)이 등장한다. 최고 협상가인 둘이 맞수로 만나 목숨을 담보로 협상한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협상하는 일만큼 고달프고 어려운 직업도 없을 듯싶다. 영화는 두 협상가에 의해 정의가 승리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갑과 을은 누구의 해피엔딩을 위해 협상을 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해피엔딩을 위해 협상하는 동안 당신 일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며 울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둘러보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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