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와 법인카드

대통령직 인수위 소속 일부 인사들이 강화도 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장어를 먹고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식사대금 189만 원을 인천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네요. 자리를 주선한 교수님은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나와 인천시 카드로 임시로 결제하고, 다음날 오후에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학회 카드로 결제했다는군요.

몇 시에 몇 명이 갈 테니 이런 걸로 준비하라며 식당도 예약한 것 같고, 밥값이 얼마 나올지는 대충 예상을 했을 텐데 궁색한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듯싶네요. 그 자리가 법인카드로 먹어야 할 자리인지 개인카드로 긁어야 할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를 보고 떠오르는 인간형이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밥이나 술 사면서 꼭 지가 사는 것처럼 똥폼 잡는 인간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인간 유형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인간들을 겪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서 회식은 자기가 쏜다고 합니다. 부서 회식을 하라고 매달 일정 금액이 두당 얼마씩 나오면 기분 좋게 밥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저런 인간이 법인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무슨 사설을 그렇게 길게 하는지 기다리다 지칩니다. 부서 회식비로 밥 먹는 줄 다 알고 있는데 유독 그 인간은 고기를 시킬 때도 오늘은 자기가 쏜다며 많이 먹으라고 합니다.

제 돈은 아까워서 한 푼도 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법인카드로 계산할 때는 큰 소리 뻥뻥 치지만 정작 소주 한 잔 사라고 하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다음에 하자고 합니다. 회사에서 휘발유 값을 주기 전에는 한 번도 자기 차를 몰고 출근하지 않다가 기름 값 실비정산을 한다니까 다음 날부터 꼬박꼬박 자가용 출근을 하더군요.

저런 인간은 법인카드를 쓸 때와 안 쓸 때를 구분 못 합니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자기가 법인카드를 긁는 것은 항상 정당하고, 타인이 법인카드를 쓰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볼 소설책을 법인카드로 사면서 어젯밤에 허락 없이 법인카드를 썼다고 부하 사원을 깨고 있습니다. 사들인 소설책은 공개하지 않고 몰래 가지고 있다가 슬그머니 집으로 가져가겠지요.

강화도 장어 스캔들도 법인카드 가지고 폼 잡아서 일어난 듯하네요. 자기 돈으로 점심을 대접하는 사람이었으면 겸손했을 터이고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요란 떨지도 않았을 겁니다. 법인카드로 먹어야 하는지 개인카드로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면 똥폼 잡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개인카드로 계산합니다. 공사 구분이 애매하다고 느끼면 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장어를 법인카드로 드시든 개인카드로 먹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법인카드로 긁으면서 자기가 쏜다고 제발 폼 잡지 마시길 바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