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상상

코타키나발루 버스

회교 국가는 참 재미가 없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그네들 종교 때문인지 동네에 술집이 없다. 삐까번쩍하는 네온사인도 없고 해가 지면 썰렁하다. 오죽하면 놀러 온 한국인 놈상들은 재미없다며 배를 타고 태국에 가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코타키나발루 휴양지도 조용하다. 차분하게 쉬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과 같이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한국 관광객 한 무더기가 들어온다. 우리는 먼저 들어와 앉아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 서양인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 저 사람들 삼십 분 이내로 모두 일어날 거야.
아니나 다를까. 삼십 분도 안 돼 모두 나가고 바에는 한국 관광객 한 무리와 우리 일행밖에는 없었다. 그러던 우리도 시켜 놓은 맥주를 다 마시고는 서둘러 일어나야만 했다. 조용하던 바에 중국인들이 들어오며 시끌벅적한 목로주점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조용조용 나누던 대화가 그들로 말미암아 이내 묻혀 버리다 소리를 질러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일행이 들어오기 전에는 아마 우리 목소리가 제일 컸을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관광객에 대한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일본 관광객은 버스에서 내리면 가이드 깃발을 보고 행렬을 맞추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왁자지껄 떠들며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한국 관광객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방으로 확 흩어진다고 한다. 목소리 크기는 중국인이 한수 위라고 한다.

한국인이 시끄럽다는 증거 또 하나. 점심을 먹고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일행이 안 보인다.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수영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주 요란스럽다.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우리 일행이었다. 다들 그늘에 누워 책을 보거나 명상에 잠겨 있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수영장에서 희희낙락 거리며 놀고 있었던 게다. 시끄러운 곳을 찾아가면 영락없이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시내 관광을 하려고 오르던 버스에 붙어 있었다. 청결하라는 말인데 왜 자꾸 발칙한 상상을 하는 것일까? 이게 다 봄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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