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는 졸리다

- 얼리버드(early bird)와 작업투입률에 대하여

MB 실용주의 정부는 얼리버드(Early Bird)니 노 홀리데이(No Holiday)라 하며 공무원 기강 잡기를 빡세게 하고 있다. 변화를 강조하며 자율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몸으로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써서 창의적으로 하라는 게 이 대통령의 의도"라면 의도가 잘못된 것인지 의도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플랜트 공장에서는 작업의 효율을 측정하는 한 방법으로 작업투입률을 관리한다. 작업투입률은 실제 작업에 투입한 시간을 총근무시간으로 나눈 백분율로 나타낸다. 연도별 기간별로 등락은 있지만 대개 66% 내외로 나타났다. 회사에 출근해서 작업에 투입한 시간은 2/3에 지나지 않고, 1/3은 직접 작업에 관계없는 행위가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업투입률을 관리한다는 것을 의식하면 어느 순간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80%를 넘어 90%에 육박하는 때도 있다. 이런 현상은 관리를 의식해서 과다하게 작업 투입시간을 입력한 결과지만, 3~4년을 꾸준히 비교해 보면 66% 내외를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66%가 나타나는 원인은 자명하다.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며 담배도 피워야 하고 교육도 받고 출장도 가고 엔지니어링 검토도 하는데 그 이상의 수치가 나타나면 오히려 이상현상이 되고 만다. 손실로 나타난 33% 시간에는 비효율적이고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이 포함돼 있을 것이지만 그것을 꼭 집어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농땡이 치는 시간이 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는 용납되고 있다. 그래서 관리의 포인트도 작업투입률을 66% 이상 올릴 수는 없는가가 아니라 왜 66% 이하로 떨어졌는가에서 원인과 대책을 찾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새벽에 출근하고 휴일 없이 일하는 것은 근무시간만 늘어나서 오히려 작업투입률이 저하되는 것은 아닐까? 화이트 칼라의 작업투입률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눈에 보이지 않는 33%는 존재한다. 눈치 보며 일찍 출근해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다면 서로 손해다. 개인은 개인대로 피곤하고 회사는 회사대로 전기세만 낭비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짧은 시간에 생산성 높은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지 일하는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이 터졌을 때 무조건 밤새우고 몸을 혹사하면 일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이 방식이 통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다. 일이 터지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후처리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의 몇 분의 일만 써도 가능할 것이다. 정신 재무장을 위한 변화의 상징으로 택했다면 이해 못하는 봐도 아니지만 지식사회를 말하고 선진화 시대를 지향한다며 얼리버드나 노 홀리데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발상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 아닐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시대가 아니라 어제 주문한 먹이가 배달되는 시간에 일어나는 시대다. 얼리버드는 졸리다. 규제 철폐를 없애는 것은 개인의 쓸데없는 일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된다. 몸으로 때우고 졸린 얼리버드가 아니라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키는 창조적 효과를 더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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