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과 앉은뱅이

1. 의형제를 맺다

어떤 마을에 장님과 앉은뱅이가 살았답니다. 가난한 거지인 이들은 각자 구걸하러 다니기가 쉽지 않았지요.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장님은 앉은뱅이를 등에 업고 구걸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음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걸한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었습니다.

2. 협상

장님은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들은 얘기를 앉은뱅이에게 전했고, 앉은뱅이는 자기가 본 것을 장님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장님과 앉은뱅이는 아주 이상적인 협상을 했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기 때문이죠. 상대방 단점만 물고 늘어졌으면 절대로 성사될 수 없었습니다.

3. 두 가지 결말

하나.1

두 사람이 나무 그늘에서 쉬다 연못에서 황금 덩어리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갖은 고생을 하며 황금 덩어리를 건져 올리고 서로 가지라고 밀쳤다. 앉은뱅이가 장님에게 말했다.

- 형님, 이 황금은 형님이 가지십시오. 형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제가 이곳에 올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장님이 고개와 손을 저으며 말했다.

- 아우님, 무슨 말이오. 그건 아우님 몫이야. 아우님이 발견했잖아. 내가 아우님이 없었다면 어찌 이곳에 왔을 것이며 또 왔다손 치더라도 내가 어찌 황금을 볼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아우님 몫일세.

그러다가 결론이 나지 않자, 형인 장님이 말했다.

- 아우님, 우리 두 사람 비록 성치 못한 몸이지만, 이제까지 남달리 돈독하게 지내왔는데, 혹 이후로 이 황금 덩어리로 우리 둘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갈지도 모르니 차라리 제자리에 갖다 놓은 게 어떨까?
-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황금보다 우리의 우애가 더 소중하지요. 그렇게 합시다.

마침내 두 사람은 황금 덩어리를 연못에 도로 넣고는 떠났다.

둘.2

시간이 지나자 앉은뱅이는 구걸한 음식 중 맛있는 고기를 자기가 더 많이 먹고 싶었다. 힘들게 얻은 맛있는 고기를 보지도 못하는 장님에게 나누어 주기가 싫었다. 세월이 지났다. 장님은 잘 먹지 못해 점점 야위어 갔고 앉은뱅이는 점점 살이 찌고 무거워졌다. 눈 오는 어느날 장님이 쓰러졌다. 앉은뱅이도 함께 쓰러졌다.

4. 에필로그

협상의 결말이 행복하게 지속할지 불행하게 끝날지는 예단할 수 없겠지요. 우리는 크든 작든 의식하든 않든 많은 협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감도장을 찍는 협상도 있을 것이고, 입으로 대충 얼버무리는 협상도 있겠지요. 다만, 협상의 결과는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황금 덩어리를 놓고 서로 가지라는 믿음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혹 나만 점점 살이 찌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협상이 하나 있습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앉은뱅이가 장님을 업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 꼴이면 황금 덩어리를 발견하기는커녕 구걸 다니는 것도 불가능하겠지요.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 하는 일만 남았네요.


  1.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면
  2. 고준기 박사의 세상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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