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종합선물이 촛불을 켜다

소싯적에 가장 기쁘게 받았던 선물이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그것 하나만 받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지요. 별의별 과자가 한 상자에 차곡차곡 재 있어서 무엇부터 먹을까 고심하며 행복해지곤 했답니다.

작년 12월 19일에 국민은 찝찝했지만 무능보다 경제를 선택했답니다.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며 분위기 한 번 바꿔 보고 싶었지요. 인수인계하는 동안 생긴 구설수는 해프닝으로 봐줬습니다.

2MB 정부는 출범하면서 종합선물세트를 주었습니다. 당신부터 군대에 안 갔으니 장관도 그런 분들이 많고 자제분도 군대 안 가신 분들이 많더군요. 행세깨나 하시는 분들이 군대 가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그게 뭐 대단한 유세라고 대물림까지 하는 짓거리를 볼 때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생각납니다. 공주 시절이던 2차 세계대전 때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지요.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는 아니라는 장관 후보자는 당대의 말 개그로 오랜만에 커다란 웃음을 주었습니다. 명예와 돈과 권력은 삼권분립처럼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손에 쥐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면 저런 인간은 욕심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스스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고백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원칙과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면 측은지심에 앞서 자식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네요. 지난 시절 퍼부었던 말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딴나라 구케의원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정색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저놈은 대굴빡에 벌써 구멍이 났는지 의심스럽더군요.

지금 촛불 든 그들이 단지 미친 소 때문은 아닐 겁니다. MB가 준 썩은 종합선물세트에 이미 뿔이 나 있었습니다. 선물을 뜯어 보니 돈 많은 장관님과 비서들은 군대도 안 갔고,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구린내 나는 구시대 유물들은 썩었습니다. 그런 양반들을 구별하는 선구안은 십 년 동안 커질 대로 커졌고, 기준점을 아주 높이 올려놓은 건 바로 딴나라 구케의원들이었죠.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 슨 종합선물을 받고 뿔이 나 있던 차에 미친 소는 마침내 벼르고 있던 배후세력(?)이 촛불을 켜게 하였습니다. 촛불을 끌 수 있는 해법은 아주 간단한데 말이죠. 립서비스로만 머슴이라고 떠벌리지 말고 진정 주인을 섬기면 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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