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너무 정치적이야

비가 내렸습니다.
하마 올해 장마가 시작됐다는군요.

재미있는 것은 장마가 시작은 됐는데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일기예보가 자주 틀려 슈퍼 컴퓨터를 사주었는데도
예보 방식은 더 아날로그틱 해진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장마시작...언제 끝날지는 '미지수'

어떤 이는 장마를 무척 기다렸다네요.
장마가 시작되면 촛불이 꺼질 거라면서......

그래서 그런가요?
무릇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하는데
장마는 그 끝을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날씨가 정치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뭐 그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요.

서슬 퍼렇던 유신 시절.
신문 한 귀퉁이에 기상도와 날씨예보를 실으며
짤막한 한 줄짜리 촌평을 쓸 때
성큼 봄이 다가왔다는 둥,
지리한 장마가 곧 끝날 거라는 둥
암흑의 세월이 종 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은유적으로 썼다는 기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투표하는 날.
날씨가 맑으면 이쪽이 유리하고
비가 오면 저쪽이 유리하다며
민심을 날씨 탓으로 돌리기도 했었지요.

날씨!
당신 너무 정치적으로 변한 것 아니야?
하며 따져 물으려고 맘을 단단히 먹고
집게 손가락으로 턱밑을 찌르려는 순간,
멈칫하게 되네요.

생각해 보니 날씨가 잘못한 건 없네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흐리기도 하고 아주 화창하게 맑은 날도 있는 것이
모두 조물주의 뜻이거늘
지레짐작으로 넘겨짚어 미리 떠벌리는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날씨가 정치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날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더군요.
장마가 시작되면 촛불이 꺼질 거라며
어디선가 쾌재를 부르고 있는 분들이 계시면
이제는 날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시고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치는 것이 날씨랍니다.
벼락 맞은 인간은 벼락 맞은 대추나무만도 못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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