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짧으면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는데, 소년의 마을에서는 전쟁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소년이 아버지에게 칼을 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나무로 작은 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소년은 기뻐서 칼을 가지고 나갔으나 곧 울면서 돌아와 말했습니다.
- 아버지, 칼이 짧아서 적의 긴 칼을 이길 수가 없어요. 제게도 긴 칼을 만들어 주세요.
그러자 소년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아들아, 칼이 짧으면 한 발 더 나아가서 싸우거라. 네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이길 수가 있다.
단지 한 발을 내미는 것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데, 우리는 과연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이야기에 나오는 소년처럼 짧은 칼 탓만 하고 있습니까?
- 어떤 빛바랜 사보 맨 뒷장에서

소년이 들었던 짧은 칼은커녕 촛불마저 들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배는 고프다. 장례식장, 망자의 향불 앞에서 상추쌈을 볼때기가 미어지도록 우적 거리며 처먹는 심정이다.

난 오줌 눌 때도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극한 이기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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