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kiya Nolja!

대~한민국이 교과서에서도 자랑하고 내가 좋아했던 것 중 하나인
뚜렷한 사계절마저 슬며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는 춥지도 않고 그저 눈이나 내리길 기다리는 겨울과
타잔 빤쓰를 입고 지내야 할 것 같은 여름만 남았습니다.
천연 빤쓰라도 만들어 입으려면 야자수 나무라도 키워야겠고
순수혈통 한우 한 마리도 같이 키우면 좋고.

무더운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요놈 가지고 노~올고 자빠져 있답니다

한겨울에도 모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이 된지 오래됐고
모기향을 피워도 내성이 강해졌는지 화생방 훈련을 했는지
나뒹구는 시체들이 좀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모기채
그러던 차에 저 모기채가 집안으로 굴러들어왔고
요즘은 날아다니는 것만 보여도 부여잡곤 한답니다.
저 모기채는 스위치를 누르면 낮은 전기가 흐르게 돼 있어
모기가 닿기만 하면 일순간 절명하게 돼 있답니다.
모기가 닿는 순간 찌릿한 소리도 납니다.

잔인하다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습죠.
그런데 모기향을 맡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보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절명하게 하는 모기채가
더 인간적, 아니 모기적이지 않을까요?

참 신기한 변화는 평소에 목숨도 아끼지 않으며 들이대던
모기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저 모기채를 곁에 두고 무자비함을 즐기려고 하면
나랑 놀아줄 모기들이 한 마리도 보이질 않습니다.
모기야 놀자, 하며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네요.
제 주위로 살기가 느껴져서 그런가요?

또 하나 발견한 것은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잔인하게 강한
비열한 야누스가 된 나 자신을 본 겁니다.
스위치를 누를까 말까 하며 짧은 순간 절대자의 위치에서
생명체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앉아있다는
묘하고 악마스러운 생각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나는 놀고 있지만 모기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데 말입니다.
밖에 나가면 나도 누구랑 놀고 있을 모기가 되는데 말입니다.

아 참.
중요한 것 하나.
저 모기채를 들고 9시 뉴스는 보지 마세요.
테레비 화면에 나오는 특정 인물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모기채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긴 쥐 잡는 용도로 써도 되긴 되겠지만.

요즘 이러고 놉니다.
미쿡 모기도 있을까 봐 영어도 씁니다.
Mokiya, No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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