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잊고 사는 것들

1.
forget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탈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나는 머릿속에서는 왕왕 울리지만 자신조차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입술을 오물거리며 중얼거리곤 합니다.
- 워매. 인간들 절라 많네.

며칠 전이었습니다. 발을 들자마자 내려놓을 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은 아니었지만, 전후좌우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인지라 문 옆 기둥에 기대서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내리고 타기 시작합니다. 맨 마지막에 어떤 양반이 비집고 타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 뭔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
그 양반이 악의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니고 정작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라서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귀에 거슬리더군요. 그 양반이 비집고 올라탄 덕분에 기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죠. 속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 당신만 안 탔어도 내가 밀리진 않았어. 이 양반아.

지하철에서 내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그 양반처럼 구시렁대며 탔더군요. 많은 인간들 땜시 내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지 정작 내가 지하철을 더 만원으로 만들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2.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받자마자 언성을 높이며 첫마디를 합니다.
- 야 이놈아. 뭐가 그리 바빠서 전화 한 통 없었냐?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자마자 목소리를 높이며 친구가 말합니다.
- 야 이 자슥아. 뭐가 그리 바빠서 전화 한 통 없었냐?
살짝 기분이 상해서 대꾸합니다.
- 이런 씨뱅이. 피차일반이다. 너는 왜 먼저 전화 안 했냐?

내가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는 전화는 친구가 먼저 걸었다는 걸 종종 잊고 삽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