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처박은 우리 동네 이발소

오늘 새해 들어 처음 대굴빡을 깎았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이발소가 달랑 하나 있답니다. 이발소 주인은 자수성가한 양반입니다. 젊었을 때는 아버지가 파는 침대가 싫다며 데모도 했다는군요. 그 바람에 이발소 시다로 출발해서 손님 머리도 감겨주며 기술을 익혀 작년 초에 지금 이발소 주인이 됐습죠.

이발소 주인 아버지는 침대 장사를 했습니다. 간판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유명했답니다. 손님이 오면 침대에 눕혀보고 침대보다 다리가 길면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를 자르고, 짧으면 다리를 늘여서 언제나 똑같은 침대를 팔았습니다. 그 시절은 어느 집이나 같은 크기의 침대에서 잠을 잤었습니다. 영업이 너무 잘되던 어느 날 이발소 주인 아버지는 시바스 리갈을 마시며 회식을 하다 집사가 던진 포크에 맞아 죽었더랬지요.

개업하자마자 이발소 주인은 미국에 갔다 오더니 느닷없이 30개월이 지난 미제 뽀마드 기름을 가져다 쓴다고 했습니다. 미제 뽀마드 기름이 간간이 사람을 잡는다는 소문이 있었고, 당연히 동네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하냐며 촛불을 들고 이발소 앞에서 반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주민들 수가 점점 늘어나자 이발소 주인은 두 번이나 사과를 했습니다. 이발소 간판도 『소통에 처박은 이발소』로 바꿔달고 면도사며 일하던 시다 몇 명을 내보내기도 했었죠.

동네에 하나밖에 없어 기다리는 손님이 많은지라 혼자서 무리하지 말고 이발사를 몇 더 두라고 해도 이발소 주인은 들은 체도 안 하고 혼자서 머리를 깎는 고집불통이기도 합니다. 머리도 일명 「사발머리」라고 해서 의자에 앉으면 짬뽕 그릇을 대굴빡에 씌워놓고 삐져나온 머리카락만 가위로 싹둑싹둑 깎아 줍니다. 개업한 쥐 일 년도 안됐는데 동네 사람 머리 모양이 비스무리해져 갑니다.

머리 깎는 품새가 맘에 들지는 않지만 별 수 없이 이발소에 갔습니다. 웬 더벅머리 청년이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더군요. 순서를 기다리며 옆 사람에게 누군지 물었습니다. 한 번도 머리를 깎지 않고 더벅머리를 한 채 이발소 앞을 몇 번 지나갔었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발소 주인은 그 청년 머리채를 휘어잡고 의자에 강제로 앉혔다고 합니다. 기다리는 손님들 머리를 다 깎아 주고 나서 점방문 내리면 사발머리로 만든다며 벼르고 있다고 그러네요.

사발머리가 맘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웃 동네로 갈 처지도 아닌지라 오늘 울며 겨자 먹기로 대굴빡을 깎고 왔습니다. 사발머리가 된 대굴빡을 보면서 씩씩대고 있지만 어쩔 수 있나요. 다시 머리가 자라길 기다려야지요.

집에 와 저녁을 먹고 껌 씹는 소리를 떠들다 그 청년 얘기를 했더니 이웃 동네까지 벌써 소문이 좍 퍼졌다고 그러더라고요. 머리를 안 깎겠다는 청년을 굳이 사발머리로 만들겠다며 붙잡아 놓은 이발소 주인 심보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동네 창피하게스리.

자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소통에 처박은 이발소』가 겹치면서 끔찍한 상상이 떠오르는데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요. 이발소가 너무 잘돼 침대 장사까지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 순례길에 오른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돌아오시면 물어볼 참입니다.

그나저나 날씨도 추운데 공연히 대굴빡을 깎았나 봅니다. 머릿속에 찬바람이 휑하니 부는 게 박제처럼 얼어붙는 느낌입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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