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음모설과 조각그림 맞추기

로또 1등 당첨자가 5명이고 당첨금을 100억이라고 가정하면 1등 당첨자는 20억씩 받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말 당첨자가 5명이 나왔나 하는 겁니다. 1등 당첨자가 5명이라고 발표를 했지만 실제로 당첨자가 1명이라면 남은 1등 당첨금 80억은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고 있나?

일주일 동안 꿈꾸게 하는 소식을 접하면 로또를 사곤 합니다. 행여나 하던 꿈은 역시나 하며 끝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습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대를 이어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더 적다는데 당첨자가 왜 그리 많은지 항상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이 들던 차에 인터넷에 떠돌던 로또 음모설을 접하고는 우리나라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등 당첨자 5명이 어디에 사는 아무개라고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5명이 한날한시 한자리에 모여 100억을 뿜빠이 해가는 것도 아니니 로또 주관사에서 그저 발표하는 것 말고는 확인할 길이 없기도 합니다. 문제는 1등 당첨자가 너무 많이 나오고 당첨금이 이월되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니 그런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로또 판매금액이 400억이라면 로또 발행 수는 4000만 건이고 이를 당첨확률(1/800만)로 나누면 1등 당첨자는 5명이 나온다는 얘기니까 확률상으로는 매주 5명이 대박을 터뜨리는 게 맞습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로또 판매점 주인장에게 음모설 얘기를 했더니 껄껄 웃으며 대답하더군요.

-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요. 더군다나 열혈 로또광은 매주 1등이 당첨된 판매점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합니다.

로또 음모설은 결국 가정으로 끝나고 말지만 꽝 된 로또를 구기면서도 행여 1등에 당첨이 된다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1/n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독일 슈타인브릭 재무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빈곤퇴치 토론회 도중 안주머니에서 로또 복권을 꺼내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개쪽을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 독일에서는 로또 복권의 1등 당첨금이 잇따라 이월되어 3천5백만 유로(약 620억원)에 달해 복권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저 기사를 접하면서 드는 생각이 적어도 독일에선 로또 음모설은 없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독일 재무장관도 빈곤퇴치 토론회를 하다 로또를 꺼내 숫자를 맞춰보고 있으니 드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재무장관 같으면 로또 주관사에 한마디 해서 비자금을 만들었을 테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데모만 하면 간첩사건이 터졌고, 가까이는 정권을 잡으려고 총풍사건도 벌였으니 정부가 하는 일마다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용산 참사 사건이 며칠 헤드라인을 장식하다가 연쇄살인범 얘기로 연일 도배가 되는 요즘 용산 사건은 어영부영 뒷전으로 밀려나 의문만 남긴 채 기억에서 사라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연쇄살인범은 꼭 잡아야 하지만 잡은 타이밍이 참 절묘합니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누리꾼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고, 이런 와중에 4대강 살린다며 삽질은 계속되고 있겠지요.

설마 아직도 요딴 식으로 조각그림 맞추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조각그림을 다 맞추고 나서 깜놀하며 후회하기 전에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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