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 토리노

클린트 이스트우드

총신이 긴 매그넘 44(44 Magnum)를 들고 인정사정없이 총을 쏘던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가 나이가 들며 월트 코왈스키(Walt Kowalski)라는 늙은이가 되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평생을 포드에서 일하다 은퇴한 그는 72년 산 그랜 토리노를 애지중지하는 보수 꼴통 노인네다.

그러던 노인네가 옆집에 사는 아시아 소수민족 출신 타오(Thao)와 그의 누이 수(Sue)를 만나고 동족이면서 그들을 괴롭히는 갱들과 얽히며 변해간다. 고해성사를 거부하던 월트는 신출내기 신부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갱들을 작살낼 것처럼 집을 찾아간다. 총부리를 겨눈 갱들을 보며 월트는 매그넘 44를 꺼내려는 듯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젊은 시절에 더티 해리로 살았던지라 욱하는 성질은 남아있었지만 매그넘 44를 드는 대신 월트는 결국 순교를 선택하고 그랜 토리노를 물려받은 타오는 도로를 질주한다. 미국이 선택해야 하는 길은 결국 오바마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메시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사상과 물질이 양극화된 시대, 배려와 희생이 말라 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유언장 혹은 이정표처럼 느껴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 월트를 내세워 몸소 보여준다. 참 부럽게 늙어간다. 홍탁삼합처럼. 게다가 여전한 근육질에다 똥배도 안 나오고.

더티 해리 같이 매콤하고 얼큰한 영화를 즐긴다면 무척 지루하겠지만 아주 가끔 밍밍한 유기농 샐러드가 먹고 싶다면 그랜 토리노가 그 맛을 음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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