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지이자 적

편안함과 익숙함이 나의 동지이자 적입니다.
둘을 싸잡아 습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 이 편안함과 익숙함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헛갈립니다.
못된 습관은 금방 따라 하지만 좋은 습관은 얼른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신이 편하고 익숙합니다」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떠나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편안하고 익숙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쉬워 그럴지도 모릅니다.

「일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일이 편하고 익숙합니다」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처럼 편안하고 익숙해지기까지 걸리는
변화가 두려워서 일지도 모릅니다.

습관은 동지일 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변하지 못하게 됐을 때 적인 걸 알게 됩니다.
습관이 적이라고 느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막장입니다.

그래서 둘도 없는 동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이따금 혼자 정한 암구호를 바꿔가며 스스로 대답을 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편하고 익숙하게 해 드리겠어요」라는 뜻이 되니까요.
그래야 「일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변화가 심할수록 일을 편하고 익숙하게 하려고 합니다」라는 뜻이 되니까요.

현명한 피아(彼我) 구분은 유토피아를 만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피아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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