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아름다운 혈연

자식은 가장 슬프고 가장 고독하고 무력할 때 부모를 찾는다. 애정에 실패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병들고 좌절당할 때 달려가는 품안, 그곳은 언제나 부모의 품안이 아니었던가? 그 어느 때 그 어떤 잘못을 저지른 후에도 부모는 용서할 수 있고 반겨 맞아들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 부모를 필요로 하는 때는 행복하고 배부르고 기쁠 때가 아니다. 무력하고 서럽고 병들고 추울 때이다. (...) 자식과의 관계는 취소되거나 단절될 수가 없다. 그래서 혈연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일까? (...) 이토록 아름다운 인연을 의지하지 않으면 외롭고 서러워서 마음 붙이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 어찌하여 신은 인간에게 이토록 아프고 아름다운 인연을 주셨을까? (...)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천지가 개벽이 된다 해도 고쳐지거나 지월질 수 없는 관계, 이 슬픈 핏줄의 인연을 베고 사랑도 용서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는 것.

- 유안진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혈연" 중에서

카네이션 한 송이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연의 무게를
티끌만큼도 덜어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점 눈물마저 말라가는 영원한 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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