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하나 피우며

노무현

1.
가끔 도끼라도 휘두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령, 인파가 붐비는 신촌로터리를 지날 때가 그렇다. 횡단보도에까지 침입한 차들을 피해 지그재그로 걸어야 할 때, 운전석에 앉아 모른 척 껌을 질겅질겅 씹는 자들을 향해 난 마음속의 흉기를 빼든다.1

2.
인생에는 도처에 이별이 기다리고
한겨울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그 아래
어깨를 늘어뜨리고
모르는 사람 하나 떠나가는 모습
나는 맨발에 사금파리 박히는 아픔을 배우나니2

3.
마오가 그의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일반 중국 인민들의 가슴 속에 아직도 살아 남아 있는 것은 관료주의와 부패, 그리고 불평등의 심화로 특징되어지는 오늘의 중국 현실이 그가 꿈꿨던 평등한 사회를 더욱 갈구하게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3

4.
어젯밤, 아주 오랜만에 꿈을 꿨다. 악몽이었다. 담배 한 대 피우며 궁상맞은 생각을 다 한다.


  1. 제3의 쿠데타/이철준/프리미엄북스(1998) 「작가의 말」중에서
  2.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이외수/고려원(2000) 「5月」부분
  3. 20세기 사람들/한겨레신문 문화부/한겨레신문사(1996) 「마오 쩌둥」에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