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왕의 남자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가?

배신
1. 왜 노무현은 한미 FTA를 추진했나?

"노무현은 그렇게 문제가 많은 정책을 왜 수용하려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 노 대통령이 스스로 밝혔어요. "한나라당이,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못할 정책이기 때문에 내가 한다." 실제로 그래요. 노무현 대통령이 하니까 그만큼 반대가 적었어요. 이걸 한나라당이 했으면 정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역사에 남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겁니다. 남긴 남을 거예요, 나쁜 쪽으로. 안타깝습니다.다른 좋은 정책들을 다 엎어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정책을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할 용기가 어디서 나왔나 정말 궁금합니다. (239)

386 세력은 금방 재경부와 손을 잡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광재 의원이예요. 2004년에 한미FTA를 해야 한다고 처음 말을 꺼낸 사람입니다. 이건 삼성에서 써준 리포트였어요. 삼성, 재경부와 손을 잡으면 자기 지위가 안전해지거든요. 그러면서 386들이 그쪽으로 급속히 끌려들어갔습니다. (242)

2. 한미 FTA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한미 FTA 자체는 재벌에게 별 이익이 없습니다.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로 인해 시행될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재벌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줍니다. 제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가서 현장을 보고 왔는데,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나라들은 똑같습니다. 그 나라의 대기업, 보수 언론, 경제부처, 이 세력들이 강력하게 밀어붙입니다. 이유는 보수 정권이 다음번에 집권을 못하더라도 지금의 경책기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의 정책기조인 시장 만능 정책들을 어떤 정권에서도 없앨 수가 없는 거예요. 미국과의 FTA는 헌법 위에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캐나다의 한 정치학자는 '초헌법적 상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제 이것이 우리나라의 앞날을 전부 결정해버리는 것이죠. (243)

지금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Barack Obama)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FTA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이게 FTA의 정확한 현실입니다. 기업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중산층 이하의 국민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229)

3. 물만난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의 '시장 만능의 정책'은 한미 FTA의 이상과 똑같습니다.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같은 것이 다 미국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221)

4. 상위 10퍼센트면 찬성하시라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의 아이들,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상위 10퍼센트에 계속 들 자신이 있으면 찬성하셔도 좋습니다. 계속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건 반대해야 하는 겁니다. 너무나 위험한 협정입니다. 반대할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227)

배신/정태인 외/한겨레출판 20080916 294쪽 12,000원

'배신'을 주제로 한겨레21이 주관한 인터뷰 특강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통령 비서실 국민경제비서관이었던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한 강의(20080407) 내용이다.

한때 '노무현의 경제 가정교사'란 별명을 얻은 왕의 남자였다가 노무현을 배신한 그가 한미 FTA 협정이 얼마나 무섭고 무지하고 무대포인가를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 나라 기업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한미 양국 대다수 국민에게는 백해무익하다는 것이다. 한미 FTA의 본질과 신바람 난 삽질 정부가 염려된다면 꼭 일독하길 강추한다.

배우 오지혜의 사회로 2008년 3월 말, '배신'이라는 주제로 김용철 변호사를 시작으로 한 강연은 그 시점이 절묘했다. 강연을 엮은 《배신》을 읽게 된 시점 또한 참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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