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리 십장

그때도 그랬지. 다 잡아들이라고. 그때는 1군 사령부에 계엄사령부 분소라는 말뚝도 박아놨었어. 어 이 사람. 믿지 못하는 눈치구먼. 자네는 믿지 못하겠지만 내 두 눈으로 그 말뚝을 똑똑이 봤단 말일세. 말뚝만 박아놓고 막상 써먹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군바리 출신 대통령도 알았던 게야. 그건 총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세월이 지나고 보니 다 잡아들일 게 아니라 한 놈만 잡으면 됐던 거 같아.

이십여 년이 흘러 그 시절도 이젠 추억이 된 줄 알았어. 그런데 요즘이 더 가관이야. 어젯밤에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구. 그때는 겨우 별 네개 출신이 대통령이었지만 시방은 무려 별을 열네개나 달아봤던 양반이 대통령인 게야. 게다가 근본이 공구리 십장 출신인지라 곤조가 말도 못 하지. 하지만 곤조 부리는 십장을 다루는 방법은 자네도 알다시피 딱 하나 있지 않은가. 모른다구. 조금만 더 짬밥을 먹어보면 자연스레 알게 돼. 나도 그랬으니까. 재들은 말로 조근조근 얘기해봤자 말짱 꽝이야. 여럿이 보는 앞에서 찍소리 못하게 한방에 아주 쎄게 조져버리면 되거든. 그러면 곤조를 부리는척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꼬랑지를 내리게 돼 있다구.

이봐. 공구리 박. 뭘 그렇게 턱 빼고 앉아 듣고 있어. 다 껌 씹는 소리야. 고만 씨부리고 담배 끄고 일어나세. 장마지기 전에 어여 시마이 해야지. 이따 일당 받으면 함바집에서 막걸리나 한잔하자구. 내가 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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