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 다시 연대만이 희망이다

L’empire de la honte, 2005
당신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내란을 막아야 한다고, 민중들 사이에 불화의 불씨를 더져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하지만 한편엔 살인마들, 다른 한편엔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이들에게 죽어가는 희생자들이 늘어가는 이 같은 현실보다 더 구역질 나는 전쟁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저 유명한 평등과 재산이라는 항목을 놓고 투쟁을 벌여야 한다! 민중들이여. 그대들은 야만적인 구시대적 제도들을 모두 전복하라!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서 더 이상 한쪽은 진취적이고 다른 한쪽은 비겁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가치 판단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모든 병폐는 극한점에 도달했으므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라고는 없다. 대대적인 현상 전복을 통해서 개선될 일만 남았다. (18)

프랑스 대혁명 때 활동했던 정치가 그라쿠스 바뵈프(1760~1797)가 1791년 7월, 샹드르마르스의 학살이 있고 난 후 한 연설이다. 유엔 특별식량조사관 장 지글러는 "오늘날 지구상에는 18억이 넘는 인구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수입에 의존해 극도의 빈곤 속에서 살고 있고, 반면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인구는 가장 가난한 사람 57퍼센트의 수입을 모두 합한 액수의 돈을 번다"고 한다. 매점매석과 다국적화는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기본이 되었고, 승자독식 자본주의자는 자신들이 축적한 잉여 이익을 조금이라도 남에게 분배하겠다는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인간들을 착취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권을 좋아"하고 이런 약육강식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고 다시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며 끝을 맺는다.

지금 대한민국 CEO를 바라보며 드는 염려가 지식인의 의무를 상기시키고 있다. 지식인의 의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고, 민중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다.1

탐욕의 시대L’empire de la honte, 2005/장 지글러Jean Ziegler/양영란 역/갈라파고스 20081215 362쪽 15,000원


  1. 레지 드브레(1940~ )의 말. 프랑스 출신 철학자, 교수, 기자.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의 혁명 동지로 지낸 일화로 유명하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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