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지존화가 되는 법

일러두기 : 이 이야기는 꽃 이야기다.

반만년 한반도 화단사(花壇史)에서 해바라기 자리에 있다가 지존화(至尊花)에 오른 경우가 없으시겠다. 근자에 어쩌다 딱 한 번 앉은 경우가 있었는데 제10대 지존화가 된 최규화(最葵花)1가 유일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인지상 만인지하 자리에 있으면서 지존화 자리에 오르기가 오뉴월 잡초가 산악자전거 타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최규화가 어떻게 지존화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는 굳이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으니 건너뛰기로 하시겠다. 다만, 그런 야망을 품고 있다면 이제부터 새벽마다 비시라. 왜 새벽이냐고 되묻지는 마시라. 해바라기가 해를 쫓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 자고 일어난 바로 그 시간임을 설마 모르지는 않으시겠지.

새벽이슬을 받아다 정화수를 떠놓고 제발 떡을 돌리는 날이 어여 오시라고 하늘에 비시라. 그래야 지존화에 오를 수가 있다. 정화수를 아리수나 청계천에서 떠오지는 마시라. 그건 짝퉁이라고 아는 꽃들은 다 안다. 매일 검룡소나 오색약수에서 떠와야 그나마 하늘이 그 정성을 알아주시겠다. 쪼매 더 앞당기려면 화단에 굶주린 고양이를 풀어놓으시라.

해바라기도 이제는 화단의 역사에서 배우시라. 고대사나 근대사도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에 일어났고 될 성싶은 떡잎을 한창 키울 때 본 그 시절이니 기억에 생생하시리라. 그 외에는 지존화가 되는 방법은 없으시겠다. 그리고 이건 지존화에 앉은 다음에 고민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 앉았다고 방심하지 마시라. 뒤통수 맞는다.


  1. 最葵花 : 으뜸 최, 해바라기 규, 꽃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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