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후불제 민주주의
  • 개인이 공짜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공짜로 가치 있는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그 '가치 있는 무엇'의 대표적인 예가 민주주의다. (21)
  • 두뇌가 명석하지 않으면 심성이 맑기 어렵다. (...) 그러나 두뇌가 명석하다고 해서 심성이 꼭 맑은 건 아니다. 명석한 데 맑지 않는 사람은, 명석하지도 맑지도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해로운 범죄를 저지른다. (56)
  • 문명의 발전은 공평하지 않은 삶을 조금씩 덜 불공평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진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63)
  • 진보는 '당위'를 추구하고 보수는 '존재'를 추종한다. 진보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 진보의 경쟁력은 이상을 향한 열정과 논리의 힘이며, 망할 때는 거의 언제나 '연합하는 능력'의 부족때문에 망한다.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자연적 질서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 그래서 보수가 망할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부패로 망한다. (68)
  •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무엇인가를 더 깨닫고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데도 부족한 시간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남을 괴롭힐 여유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다. (77)
  • 만약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마저 행정부의 헌법 파괴를 방조하거나 방관한다면, 그때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규모 행동을 직접 조직하게 될 것이다. (114)
  • '장로 대통령'의 존재가 다른 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태도는 황당한 것이다. (140)
  • 계약직 공무원이면서 마치 왕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은 권력 오남용을 거부하는 시민의 저항과 비판에 부닥쳐 인기를 잃는다. (211)
  • '법질서 확립'과 '떼법 근절'처럼 국민을 위협하는 말만이 서슬 퍼런 칼처럼 난무했다. 그들은 '강자의 지배'를 '정의'와 동일시하고 국민주권 행사를 체제 전복 행위로 간주하는 사악한 체제를 복구하기 위해 경찰력과 최루탄으로 대한민국을 '포맷'하려 할 것이다. (374)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돌베개 20090306 380쪽 14,000원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대해서 지지를 보내는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는 헌법을 들춰보지는 않았다. 민주주의를 할부로 얻었다는 의식은커녕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착각을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비로소 민주주의는 할부로 샀고 매일매일 할부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다. 문명 역주행을 하는 대통령과 거기서 공생하는 양복 입은 침팬지들 덕분에 헌법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절실함을 톡톡히 배우고 있다.

불량식품, 불량영상을 만드는 업자가 자기 자식들에게도 먹이고 보게 하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불량정권을 만든 우리는 불량업자만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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