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의 겉과 속

현대 정치의 겉과 속
  • 민주주의는 항상 실망스럽고 불완전하다는 것에 한국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24)
  • 일본의 유교는 혁명사상이 없는 데 비해 한국의 유교 전통은 윗사람이 도덕성이 없을 때 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34)
  • 당론을 따르면 소신이 없다고 비난하면서도 막상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한사코 외면한다. 엘리트보다는 서민의 대변자를 원하면서도 정치인들의 '무식'을 탓하면서 그들이 엘리트답게 행동해 주기를 원한다. (49)
  •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가장 유리하거니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게 바로 정치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동시에 숭배하는 이유다. (52)
  • 우리는 정당이라는 시스템보다는 지도자라는 개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이다. (68)
  • 정치광고를 보라. 다른 산업의 광고는 경쟁기업들끼리 싸우더라도 사생결단의 방식으로 싸우진 않는다. 산업 전체가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그게 바로 정치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자해산업'이다. (69)
  • 유권자들이 투표만으로 자기 할 일을 끝냈다며 손을 털고 돌아서는 한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권리만 알고 책임을 모르는 유권자들일수록 지도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는 법이다. (80)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에 나와 있는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운데 민주주의는 (...)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공화주의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공화주의는 시민들이 덕을 가지고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공공선에 대한 헌신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83)
  • 엘리트는 권력을 잡으면 그들이 이끄는 조직의 표면상 목적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전력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선 조직이 목적 그 자체가 되며, 조직의 영속화가 지상 목표가 된다. (98)
  • 유권자들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순전히 반감에 따른 급격한 좌향좌·우향우식의 쏠림을 보여 놓고선 뒤늦게 직접행동으로 그걸 교정하려고 든다. (112)
  • 한국에서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미국처럼 개인의 총기 소지를 자유화하는 것이란다. '욱'하는 기질 때문에 총으로 복수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건 재앙이 아니겠느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권력·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부로 약자를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113)
  •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139)
  • 죽어도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대고 '소통하라'고 외치는 건 '홍보에 신경 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소통의 의미가 180도 바뀌어 버린다. 그건 번지르르한 말솜씨로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능력이다. (147)
  •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과연 지방분권을 원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정부와 직접 상대해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졌을 경우, 일일이 각 광역 시·도와 시·군·구청을 상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서울에 본부를 두고 전국적인 단체로 행세하면서 백화점식 종합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197)
  •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259)
  •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스스로 앞장서서 싸우지 않으면 특권과 재산을 키울 방법도, 그것을 지킬 방법도 없었던 사회적 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무색해진 것은 단지 양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아도 지배층이 자기 재산과 특권을 빼앗길 위험이 없을 만큼 정교하게 법과 제도가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280)
  • "형님, 아니 형님이 동생인 이 대통령보다 못난 게 뭐가 있습니까? 형님이 키도 더 크고 더 좋은 대학 나왔고, 정치 경륜도 많고, 게다가 형님도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렇지. 정치 경력도 그렇고 내가 위일지 모르지. 하지만 딱 하나, 나에게 없는 걸 명박이는 갖고 있어." "그게 뭡니까?" "깡다구야." (286)
  • 독재는 한사코 피해야 하겠지만, '다수의 독재'와 '소수의 독재' 중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가정한다면 (...) 다수의 독재가 소수의 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309)

현대 정치의 겉과 속/강준만/인물과사상사 20090309 352쪽 13,000원

한국의 민주주의는 고비 때마다 판갈이만 하면 될 것 같았고, 그래서 결정적인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가득하고 눈높이마저 올라갔다.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도 아니고 한판 승부가 돼서도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항상 실망스럽고, 그래서 영원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겉모습이 욕을 퍼붓는 정치인이라면 그 속에는 정작 누워서 침 뱉는 우리가 보인다. 더불어 잘살고 약자에 귀 기울이는 시민이 정치를 압축성장시키는 시대적 키워드가 됐다. 책이 술술 읽히면서도 속이 뜨끔하고 켕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