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일은 딱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한다

1.
누이동생과 일곱 명의 조카를 부양하던 날품팔이 노동자가 빵을 훔치다 체포되어 3년 형을 선고받지만 남은 식구들의 생계가 걱정되어 탈옥을 시도하다 형이 19년으로 늘어난다. 13년 만에 출옥하여 사회에 나왔을 때 중년이 된 사내는 불만이 가득하게 변해있었다. 거리를 배회하지만 그가 전과자라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음식이나 잠자리를 주지 않았다. 우연히 들린 성당에서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받았지만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은접시를 훔쳐 달아난다. 그 사내 이름은 장발장이라고 한다.

은접시를 훔친 그 사내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은촛대까지 내주며 그 죄를 용서하는 신부만큼의 아량이 내게는 없다.

2.
가난에 못 이겨 스웨덴으로 입양이 된 네 살 난 여자아이는 양부모의 학대와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13살에 처음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18살에 자립해서 친모를 찾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한 남자의 아이를 낳고 미혼모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 친모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딸과 함께 꿈에 그리던 어머니와 해후한 그녀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실화를 영화로 만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주인공 신유숙의 이야기다.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수잔 브링크는 향년 46세로 얼마 전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던 수잔 브링크는 친어머니가 왜 자기를 버렸는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해후하는 순간 이미 어머니를 용서하였으리라.

3.
어느 사학자가 말하길 옛날 옛적 전쟁은 잠복하여 기습하거나 적의 후방을 공격하면 비겁하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양쪽 진영이 마주 보며 맞짱을 떠야 비로소 정당한 싸움이 성립되고 승자와 패자가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였다고 한다.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그 후 전쟁은 기만과 기습이 등장하며 전술이라 불렸고, 야인시대는 칼이 등장하며 건달이라는 이름이 양아치나 조폭으로 바뀌게 되었다.

김제동과 손석희가 방송에서 잘린다고 한다. 진작 윤도현은 잘렸다. 자르는 이유가 경영여건이 어려운데 출연료가 고액이기 때문이란다. 방송가에서 출연료 문제로 당연히 하차할 수도 있지만 뒷말이 스멀스멀 나오는 것은 구린 구석이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친정부 성향이 아니라며 방송인을 하차시키는 모양새가 전술은 고사하고 양아치나 조폭이 쓰는 사시미만도 못 해 보인다. 참 이해도 안 되고 용서도 안 되는 황당 시대극이다.

4.
너무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세상사는 일을 나눈다고 야박하다 할지 모르지만 사람 일은 딱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한다. 이해하지만 용서 못 하는 경우와 이해는 안 되지만 용서하는 경우. 그 외는 사람 같지 않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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