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 스티브 잡스

iCon 스티브 잡스
연초에 집어 든 두 권의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티브 잡스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폰이 없어 본의 아니게 아이리스 조직원이 된 것이 억울(?)해서 어떤 양반이 만들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애플이 만든 제품을 보면 단순한 디자인에 마음이 가는 걸 숨길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인데도 정작 그는 인터뷰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책이 출간되는 게 탐탁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대를 앞서가는 화려한 거인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애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딸의 아버지임을 강하게 부정하며 부양을 하지 않았거나, 인정사정 없는 M&A로 핵심기술을 빼오고 구조조정을 하는 악덕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사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었다. 주차장에서 시작한 애플에서 승승장구하다 자신이 불러들인 경영자에게 쫓겨나 넥스트스텝을 차리고 후에 토이 스토리를 만들어 대박을 친 픽사를 사들이는 협상의 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쫓겨난 지 십 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이면에는 스티브 잡스의 농간이 있었음도 알 수 있다. "우리들의 영웅들에게도 결점은 있기 마련이다. 결점 없는 영웅들은 오히려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결점이 아니라 업적이다(426)". 스티브 잡스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으면 책 두께에 질려 진작 덮었을지도 모른다.

괴팍하고 채식주의자인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원하던 손전화와 MP3를 족집게처럼 만든 것으로 봐서 그는 우리보다 더 영락없는 보통 사람이다.

인상 깊은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로 대박을 치고 픽사의 주식을 공개하자 스티브를 포함해 몇몇 사람들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러자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직원들은 갑자기 찬밥 신세가 된 것 같았고 내 몫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감사 표시를 하지 않은 그에게 구두쇠란 비난을 했다. 그러자 주식 공개하기 오래전에 회사를 떠났던 어느 간부가 말했다.

- 스티브는 회사가 되살아날 희망이 없을 때에도 매달 픽사에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내 몫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직원들은 고용 계약을 맺을 때 스톡 옵션을 받을지 여부를 알게 되는데 애당초 더 많은 주식을 받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기는 했는지 의심스럽다. (309~312)

iCon 스티브 잡스/윌리엄 사이먼, 제프리 영/임재서 역/민음사 20050801 430쪽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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