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방은 색칠하길 좋아한다

1.
민노당. 불법계좌. 정치자금. 100억. 55억. 돈세탁.
광우병과 이니셜이 같은 CJD(조중동) 신문과 김비서(KBS) 뉴스에 나오는 헤드라인만 살피고 전후 사정을 눈여겨보지 않은 이들은 이런 말을 할 겁니다.
- 민주노동당인데 돈이 저렇게 많아.
- 역시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군.
- 차떼기랑 다를 게 없네.
당장 나도 당비 입금 계좌를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아 꼬투리 잡힐 일을 한 업무처리가 참 미숙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입니다.

2.
한강이라는 담배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라나. 330원이었던 한산도와 거북선을 피던 그 시절에 한강도 같은 값이었지만 12개들이인지라 상대적으로 비쌌던 담배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한 갑을 사서 뜯어보고 나서야 시가처럼 생긴 걸 알았고, 맛이 독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필터 끝에 새겨진 담배 상표도 거무튀튀한 겉모습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고요.

입맛에 맞지 않아 몇 개 피우지도 않고 들고만 다녔는데 친구 한 놈이 오더니 담배 있으면 하나 달라고 하더군요. 시커먼 한강 한 개비를 건네줬습니다. 처음 보는 담배인지라 무척 신기해하던 놈상은 불을 붙여 깊게 한 모금 빨더니 말하더군요.
- 역시 러시안 시가는 맛이 좋아.
- 독하지 않아?
- 독하긴. 시가는 이 맛에 피는 건데.
- 사실 그 담배 국산이야.
- 시가처럼 생겼는데 거짓말하지 마시게.

담뱃갑을 눈앞에 들이밀며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한창 연기를 뿜어대며 맛있게 담배를 피우던 친구는 인상을 쓰며 말하더군요.
- 어쩐지 졸라 쓰더라.

3.
라이방을 쓰고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DJ에게 빨간색을 칠했습니다. 그때 칠한 빨간색은 두고두고 따라다녔고, 좀처럼 벗겨지지가 않았죠. 지금 가카께서도 라이방 쓰는 걸 무척 좋아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민노당에 돈 칠을 하고 있습니다. 돈 칠을 하는 이유야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노동자를 위한 정당인데 돈도 많고 게다가 불법으로 세탁했다는 색깔을 덕지덕지 칠하는 것이겠지요.

세상 사람들은 한강을 피워 문 그 친구와 별반 다를 게 없답니다. 겉모양만 보고 지레짐작을 하니까요. 담배 한 개비야 허허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빨간색으로 도배됐던 DJ는 아직도 가스통을 들고 설치는 어버이들에게 빨갱이라며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안 시가처럼 보였을 담배 한강은 별반 알아주는 이도 없이 단품 됐지만, 라이방을 좋아하던 이들이 칠한 색깔은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벗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라이방을 쓰고 빨간색을 칠한 가카가 정말 빨갱이 출신인데 말이죠.

문제는 민노당에 색칠하는 뽄새가 정말 치사하다는 것과 이런 색칠하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가깝게는 6월 2일 지방선거 투표일까지 얼마나 많이 촌년 화장하듯 떡칠을 할지 벌써부터 역겹습니다. 검은 라이방이 색칠하길 좋아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한마디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이었으므로 침묵했다.
그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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