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981년을 지나며

1.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일본과 기술 차이가 얼마나 나는가를 비교할 때 올림픽 개최시기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었다. 일본은 1964년에 동경 올림픽을 개최했고, 우리는 1988년에 열었다. 동경 올림픽에서 일본은 29개의 메달을 따서 종합 3위를 했고, 우리는 굴렁쇠를 굴리며 개막을 하고 33개의 메달을 따 종합 4위를 했다. 24년 차이가 난다. 기술이나 시민의식 차이가 일본에 딱 그만큼 뒤처져 있었다.

2.
벤쿠버 올림픽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다. 메달의 색깔에 구애받지 않고 활짝 웃는 선수들이 보기 좋았다. 그런 모습과 어우러져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관심과 성원을 보내는 응원은 과거보다 성숙해졌다. 아울러 방송 3사가 왜 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특정 방송국에서만 중계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아나운서나 해설자 목소리는 빼고 국제방송신호만 송출해주었으면 금상첨화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올림픽 기간 동안 단독 중계방송을 놓고 티격태격하며 서로 물어뜯던 방송사가 언제 그랬느냐며 같은 화면을 같은 시간에 같은 목소리로 중계방송을 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2010 국민대축제라서 그랬나.

3.
국풍81
1981년 5월 28일부터 닷새 동안 여의도 광장에서 대규모 국민축제가 열렸다. 국풍81이라는 이름으로. 민심을 현혹하기 위해 추진한 3S(섹스, 스크린, 스포츠) 정책의 시작이자 대표작이었다. 비교가 생뚱맞지만 2010 국민대축제와 국풍81을 놓고 보니 딱 한 세대 뒤로 빽도를 했다. MBc 역주행은 지금 1981년을 지나고 있다. 딱 하나 다른 것은 국풍81에는 군인과 공무원을 학생으로 위장 참여시켜 닷새를 했고, 국민대축제는 방송 3사가 자발적(?)으로 하루 저녁만 했다는 점이다.

4.
이런 축제는 바람처럼 훅하고 얼른 지나가길 바라며 오래된 이용원에 누워 뜨끈한 수건을 얼굴에 덮고 면도칼 가는 소리와 함께 낡은 진공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용의 바람이려오가 듣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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