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힘

1.
올바른 자를 따라가는 것은 바른 일이며, 제일 강한 자를 따라가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힘이 없는 정의는 반항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언제나 악인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를 수반하지 못한 힘은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와 힘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자를 강하게 만들고, 강한 자를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

정의는 논의(論議)의 대상이 되기 쉽고, 힘은 인정을 받기는 쉽지만, 좀처럼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정의에 힘을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힘은 정의에 반항하여, 〈당신은 올바르지 못하다. 나는 올바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올바른 자를 강하게 할 수 없었으므로, 강한 자를 정의로 간주했다. (팡세 298)

2.
이명박 가카는 1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러면서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하십니다.

3.
강한 자를 정의로 간주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강한 자가 정의라고 외치는 시대로 되돌아갈 줄 미처 몰랐다. 강한 자를 올바르게 만드는 것보다 올바른 자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반성하자.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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