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을 꿈꾸는 이유

1.
김규항은 '이명박만 없으면 살겠다'는 얘기는 위선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이명박 정권 말고는 살아가는 데 별로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에게 당하기 전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게 당해온 사람들의 입장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명박 정권을 욕하는 것과 이명박 정권만 욕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도 철거는 있었고, 용역 깡패들은 있었다. 그리고 시위 현장이나 파업과 관련해서 죽은 사람도 있었다. 그때 "분신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셨던가? 정말 지났을까? (174) -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김규항, 지승호/알마 20100327

2.
오늘은 금요일이다. 주말을 리모컨과 춤을 추거나 1박2일 복불복 캠핑을 꿈꾸는 이에게 금요일은 설레는 날이다. 어쨌든 오늘만 지나면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주말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내게 노무현은 금요일까지는 아니었지만 목요일은 됐었다. 목요일이 지나면 금요일도 오고, 곧 주말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 5일이 되면서 금요일에 하던 회식도 자연스레 목요일에 하게 됐다. 그런 목요일이 지나면 금요일에 걸맞은 사람이 나타날 줄 알았다. 그런데 나타나자마자 슬금슬금 빠꾸를 하더니 급기야 오늘이 월요일이라고 우긴다. 월요일은 벌써 지났다고 했지만 아니란다. 네가 잘못 알았다며 반성하란다. 그래서 뿔이 난다.

"노무현 추모와 미화에 매몰되어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하는" 현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월요일을 타도하자는 말이 목요일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잃어버린 목요일을 다시 찾아야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을 꿈꿀 수 있기 때문에 누구만 없으면 살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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