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이라는 시인을 안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가끔 특정 시인이 쓴 시집을 사곤 하지만 좋은 시들을 엮어 놓은 시집들을 더 선호합니다. 옛날 레코드 가게에서 좋아하는 노래만 골라 테이프에 담아오던 것처럼 말이죠.

십여 년 전, 그렇게 산 시집에서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미니홈피 대문에 적혀 있었습니다. 함민복이라는 시인은 안빈낙도하는 삶을 사는 줄 알면서 말이죠. 그렇게 이름을 익혔습니다.

시인 함민복이 강화도에 홀로 산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검색을 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선비형 삶을 살아온 줄 알았는데 대단한 오판이었습니다. 치열하게 밑바닥을 전전한 생계형 인생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자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다는 시구가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시인이 시처럼 쓴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는 이런 시인의 삶과 첫사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가 쓰여진 태몽 같은 사연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주책 맞게도 찔끔 눈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여름에 마니산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능선을 오르며 바다보다 더 넓게 펼쳐진 갯벌을 바라봤습니다. 저곳 어디에 시인 함민복이 살고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화답하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가끔 땀이 송송 맺힐 때 바람이라도 불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강화도에 혼자 사는 시인의 집엔 '빨간 양철지붕으로 된 안채와 파란 양철지붕을 인 행랑채가 있고 흰 슬레이트를 얹은 화장실이 있'답니다. 시인은 이를 각각 '자금성, 청와대, 백악관'이라고 부른답니다. 불쑥 찾아가면 시인이 자금성에 있을지 청와대에서 손짓할지 허리춤을 단도리하며 나오는 백악관에서 마주칠지 궁금해집니다.

막걸리 한 주전자를 기울이며 뻘에 널린 낙지 구녕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눈물이 왜 짠지는 그때 물어보렵니다.

강화도, 그곳에 슬픔도 배부른 시인이 살고 있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이레 20030305 206쪽 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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