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이 그리는 우리들의 자화상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덕분에 오세훈 후보는 강남시장이라는 오명을 들었고, 강남 3구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한 유권자는 서울 민심을 뒤틀었다는 비아냥이 일어났습니다. 과연 우리는 강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잘못됐다며 떳떳하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그들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 모습을 살펴봅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노원구는 강남 3구도 아닌데 서민이거나 서민과 가까운 노회찬 후보가 낙선하고 귀공자풍의 부자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무노조 삼성을 예로 들며 노동운동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가정에 삼성 제품이 하나도 없을까요? 용산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며 울분을 삼키는 유가족 가운데 이명박에게 투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까요?

민주주의 꽃은 투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투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은 접어둡시다. 가장 현실적인 대답은 투표는 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행위입니다. 감세와 성장을 외치는 후보와 분배와 복지를 외치는 후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예산을 어디에 먼저 쓸까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나타났지만 소위 보수 후보와 진보 후보를 가르는 기준이 무상급식이었습니다. 당선된 보수 후보는 무상급식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려 하고, 진보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투표는 우리가 내는 세금을 어디에 먼저 쓰고 나중에 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이제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다시 살펴볼까요. 뉴타운이 건설되면 자기 집값도 오른다는 착시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도 대상인 기업의 제품을 버젓이 팔아주는 자기모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들소떼처럼 앞에서 달리니까 쫓아가다 악어밥이 되는 집단최면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학자들은 계급배반이라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행위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계급배반은 우리들의 간사한 욕망에서 기생하고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계급배반은 우리들의 현재 모습을 아주 똑같이 그린 자화상입니다. 그렇다면 계급배반을 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강남 3구에서 배우면 됩니다. 욕을 하면 기분이야 풀릴지 모르지만, 우리 모습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강남 유권자는 그들이 원하는 이익을 실현할 가장 적합한 후보에게 아주 정확하게 투표를 했습니다. 강남 유권자는 투표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던 거지요.

유사 이래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겨보려고 어거지로 공짜를 바라는 행위가 바로 계급배반입니다. 내가 쓰고 싶은 곳에 내 돈을 쓸 후보에게 투표하십시오.

명심합시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투표는 내 돈을 맡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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