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이야기

1.
지금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두 그룹의 계열사에 다닐 때 얘기다.

이십여 년 전에 입사한 L이라는 회사. 어느 날 그룹 회장이 내려와 사내 식당에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룹 오야붕이 온다는 데 길가에 뼁끼칠이라도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이 한마디에 쏙 들어갔다.
- 회장이 공장으로 출퇴근한 것도 아닌데 뼁끼칠한다고 달라진 모습을 알 리가 없잖아.

L을 퇴사하고 S라는 회사에 들어갔을 때도 회장이 내려온다고 했다. 공장 준공식 이후 처음이라며 투워 코스 티에프티까지 만들며 생난리를 쳤다. 조금 뻥을 섞는다면 길가에 모래알까지 다 주웠다. 그렇게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삐까번쩍하게 단장을 했지만 회장은 내려오지 않았다. 아이엠에프로 빅딜설만 연일 나오던 시절이었다.

2.
다음 달 11일부터 1박2일간 열리는 쥐20 때문에 서울 아무개 구청은 동원한 사람으로 물청소를 한단다. 돈 좀 있는 나라-도덕적인 나라가 아니라-가 돌아가며 밥이나 처먹는 모임을 두고 돋보기를 들고 티끌까지 줍는 기세다. 이 한마디만 묻자.
- 오바마가 그 거리를 걸어봤냐?

하나 더. 쥐20 정상회의라는데 비정상인이 참석해도 되는지 참말로 궁금하다.

S사 그룹 회장이 한마디 하면 너나 잘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쥐20과 국격을 얘기하는 오야붕도 피차일반이다. 어쩜 이리 쏙 빼닮았을꼬. 11월 11일. 날짜가 참 좋다. 기념으로 담배나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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