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손전화

손전화를 잃어버려 내 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 여보세요
  • 예...
수화기 너머로 연세가 있음 직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여보세요. 죄송하지만 받으시는 휴대폰이 제 것 같은데요.
  • 아닙니다. 내 겁니다.
  • 그럴 리가요. 제가 어제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 글쎄. 내 꺼라니까요.
수화기 너머에 있던 어르신은 언성을 높이며 버럭 화를 내시더군요. 순간 시베리아 십장생 족구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올라 왔습니다. 꾹 참으며 몇 차례 간곡하게 말했지만 당신 것이라고 바득바득 우기시더군요.
  • 좋습니다. 휴대폰은 어르신 것이라고 하죠. 그럼 휴대폰 번호는 제 것인데요.
  • ‥‥‥
  • 여보세요. 휴대폰은 댁의 것이라 치고 번호는 내 꺼라구요.
  • 뚝!
끝내 손전화는 돌려받지 못하고 분실신고를 했습니다. 어버이답지 않은 어버이 때문에 손전화를 도둑맞았습니다. 연신 십장생 족구 하는 소리를 하면서도 그나마 전화번호는 건졌다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어버이들이 연합해서 전화번호마저 뺏으려 합니다. 가스통으로 버스를 가로막으며 희망마저 앗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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