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받았습니다

김이설

저는 소설을 편식한답니다. 〈들개〉를 접하고부터는 지금까지도 이외수 소설을 좋아하고, 〈개미〉에 빠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이 나오면 냉큼 읽어야 직성이 풀리죠. 그러던 차에 지난해 뜻밖의 선물로 소설가 한 분을 알게 됐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구구절절 기구한 삶을 사는 여자 얘기를 아주 매몰차게 전하는 김이설 작가입니다. 영화판에 지독하게 여자를 괴롭히는 김기덕 감독이 있다면 소설계에는 김이설 작가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남들과 다른 이야기(이설·異說)를 읽으며 편식이 하나 더 늘었답니다.

환영
그러던 차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김이설 작가가 손수 소설집 《환영》을 보내 주었답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설을 쓰겠'다는 손글씨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팬으로서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겠죠.

책을 펴낸 작가에게 책 한 권 달라고 하는 건 은행 지점장에게 수표를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는지라 쪽지로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을 때 잠시 고민을 했답니다. 내가 받아도 될까? 민폐는 아니겠지 하며 넙죽 받기로 했습니다. 유년시절 옆집 누이가 산타였다는 걸 모른 채 받았던 사탕 선물만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첫키스를 한 것도 아닌데 덕분에 아직도 귓가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답니다.

김이설 산타님! 환영,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환영받지 못하는 놈상이 환영을 받는 모순을 낳았지만 말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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