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맘대로

1.
연세가 제일 많은 교수가 가르치는 전공과목 시험이 있었습니다. 중요하다고 꼽은 예상문제가 빗나가자 동급생들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중간고사는 그러려니 했는데 기말고사도 책 귀퉁이에 있는 듣보잡 문제가 나오자 모두 낭패를 본 얼굴들이었습니다. 시험이 다 끝나는 날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그 교수를 안주 삼아 씹었습니다.
- 아무개 교수는 시험문제 족보도 없다더라.
- 아니 왜?
- 그 교수가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는지 알아. 두꺼운 전공책을 앞에 놓고 먼 산을 한참 바라보다 책장을 들춰서 처음 눈에 띄는 걸 문제로 낸다더라. 그렇게 한 삽십분 동안 서너 문제를 낸대. 그러니 족보가 없지.
- 그럼 엿장수 맘대로 문제를 내는 거였어.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모두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된 듣보잡 시험문제는 결국 그 교수를 엿장수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2.
- 엿장수가 이씨네 집 앞에서는 두 번 가위질을 하고 오씨네 집 앞에선 다섯 번 가위질을 했어. 육씨네 집 앞에선 몇 번 가위질을 하는지 알아?
- 여섯 번.
- 틀렸어. 엿장수 맘대로 지.

3.
촛불재판에 개입한 신영철은 대법관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고, 서기호 판사는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신영철이 법원장 시절에 서기호 판사를 평가하기도 했다는군요. 법관인사위원회는 법대로 심사한다며 엿같이 잘라냈습니다. 법이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법이 엿가락으로 변했습니다.

엿장수는 제 맘대로 가위질을 하지만 엿은 법대로 잘라 줍니다. 법관은 제 맘대로 방망이질을 하지만 법을 엿가락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법부 방망이질이 엿장수 가위질만도 못합니다. 성실한 불법권력과 실성한 불량판사가 정을 통하며 엿장수 방망이질을 해댑니다. 화살이 부러져도 쏘고 또 쏴야 하는 이유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