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국가를 말하다

다음 국가를 말하다
생각은 불편에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는 가장 탈정치적 세대를 정치적으로 각성시켰다는 점에서 스스로 의도하지 않게 역사에 크게 기여했다. 이명박 정부가 조금만 덜 어리석은 정부였다면 여전히 사람들은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럭저럭 재벌이 왕 노릇하는 기업 국가에 적응해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문제의 원인을 현재의 집권 세력에게 돌리고 다음 선거에서 현재의 집권 세력을 과거의 집권 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으로 나라 걱정을 다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이 절망의 터널을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국가적 위기는 표면적으로 보자면 수구 세력이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 보자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한계와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그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가 기업 국가가 되었다는 데 있다. 이제는 기업만 기업인 것이 아니라 학교도 기업이고 교회도 기업이다.(...)
우리가 국가를 염려해야 하는 까닭은 국가에 종노릇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나의 자유가 국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한에서 국가는 우리의 애틋한 관심사가 된다. 그렇지 않고 국가가 나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폭력과 수탈 기구라면, 그런 국가는 해체하고 타도할 대상일 뿐이다. (김상봉, 길을 찾는 벗들에게)

다음 국가를 말하다/박명림, 김상봉/웅진지식하우스 20110201 406쪽 14,000원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3권 분립을 넘어 감독부를 신설하여 4권 분립을 하자는 제안은 상당히 신선하다. 선거를 제외하곤 시민의 의사를 수시로 반영할 정부 조직이 없는 현실에서 감사원, 검찰,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위, 선거관리위, 방송통신위, 국가인권위 등을 떼어내 감독부를 설치한 4권 분립은 손해볼 것 없는 실험으로 보인다.

의사는 의료 사고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데 법조인은 공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죄가 확정된 피해 당사자는 영장을 청구한 검사와 발부한 판사를 시민 법정에 소환해야 법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한다. 검찰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법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인권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을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에 격하게 공감하다.

현재의 집권 세력을 과거의 집권 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론 기업화된 국가를 바람직하게 바꿀 수 없다. 안철수의 생각에 환호를 하는 만큼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어떤 선택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게 다 가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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