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팔지 않는 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책방의 기능은 책을 팔고 돈을 받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좋은 책들이 더 많은 독자들 손에 들어가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중요한 기능은, 새 책을 파는 서점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중고책이 좋다.(47)
  • 우리는 물질 풍요 속에 살면서 점점 '욕심 비만'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까 점점 더 많은 욕심이 필요하고 그걸 채우지 못하면 힘이 든다.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기를 비하하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애착을 가지지 못하게 되니까 더욱 욕심이 필요하다.(75)
  • 동네 책방은 곳곳에 즐비한 개신교 교회만큼이나 많아져야 한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동네 책방은 사람들과 되도록 가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274)
  • 착한 사람들이 모은 착한 돈은 나쁜 사람들이 모은 큰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278)
  • 책방에서 책만 팔면 그건 책이 아니라 책처럼 생긴 물건을 파는 거나 같다. 책을 파는 책방이라면 책 안에 있는 가치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가치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다.(283)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윤성근/이매진 20091231 302쪽 12,000원

영국에서 온 어느 문학가는 취재하던 기자에게 한국엔 책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기자는 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동네 빵집, 동네 구멍가게처럼 동네 책방도 사라져갑니다. 사라지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돈을 앞세운 대형 서점에다 인터넷 서점까지 있어 더 빨리 없어지고 있습니다. 헌책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새 걸 좋아하는 시대에 대형 서점이 중고서적 전문점을 만드니 동네 헌책방이 배겨날 재간이 없습니다.

그런 나라에 이상한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주인장이 읽은 책만 판답니다. 읽지 않은 책은 그 가치를 모르는 데 권할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주인장은 "돈은 조금만 벌고 남은 건 다 착한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 사랑방도 되고, 함께 하고 싶은 작은 공연도 벌어집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집어 삼키고 학원으로 잡아가는 시대인지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되었나 봅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는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가고 있는 시계가 있습니다. 앨리스 시계라고 합니다.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따스함이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주인장의 바람처럼 보입니다.

Comments